장자의 `응제왕편’에 나오는 우화 한토막.
남쪽바다의 황제는 숙이라고 하고, 북쪽바다의 황제는 홀이라 하며 중앙땅의 황제는 혼돈이라 하였다. 숙과 홀이 때때로 혼돈의 땅에서 만나면 혼돈이 극진히 대접해 주었다. 숙과 홀은 혼돈의 덕에 어떻게 보답할까 의논한 끝에 이렇게 정했다.
“사람은 모두 일곱구멍이 있어 보고 듣고 먹고 숨쉬는데 혼돈에게만은 이것이 없으니 우리가 뚫어주세.” 그리하여 하루에 한 구멍씩 뚫어주었는데 일주일째에 혼돈은 죽고 말았다.
하루가 멀다하고 오존층 파괴니, 지구 온난화니 하는 공포스러운 환경관련 소식들을 각종 메스컴을 통해 접하게 된다. 지구개발과 산업발전 덕택에 안락한 삶을 만끽하고 사는 현대사회에서 그 결과로 빚어지는 환경의 문제는 필연적인 것이며, 따라서 환경보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하지만 진정으로 자연을 보호하고 지구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구의 주요 조절체계를 알고 이를 파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흔히 `가이아’라는 여신의 이름으로 표현되는 지구의 생태계는 어떤 섬세한 여성보다도 더 미묘한 인과의 사슬 속에서 자신을 유지하고 있는 유기체이기 때문이다.
생태학 창시자 중 하나로 꼽히는 제임스 러블로크가 밝혀낸 요오드와 황산의 순환 메커니즘을 살펴보면, 우리가 사는 지구가 얼마나 미묘하면서도 안정적인 체계로 이루어져 있는지 알 수 있기에 간략히 소개하려 한다.
바다의 해초는 요오드 기체를 발생시키며, 이 요오드가 대기에 섞여 오존층을 파괴한다. 그 결과 산업화에 따른 온실효과 즉 지구온난화를 억제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마치 티록신분비물이 인간의 체내 요오드량을 조절하고 있는 것과 같다.
이에 비하면 공업용CFC(염불화탄소)나 에어로졸이 오존을 파괴하는 양은 너무나 미미해서 그 영향을 측정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이다.
그밖에 지구의 온도를 안정시키는 요소로써 바닷말에서 발생하는 황산이 있다. 황산염 결정체가 대기중 수증기를 구름으로 만드는 핵역할을 하게 되며, `가이아’는 구름의 양을 조절하므로써 변덕스러운 태양광선은 적정량 만큼만 여과되어 들어 온다.
즉 바닷말은 산업화의 부산물인 과잉 이산화탄소를 대기로부터 흡수하는 대신 황산가스를 내뱉어 구름을 더 많이 만들어냄으로써 오염을 방지하는 한편 지구 온난화의 주원인인 온실효과를 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오존층의 파괴문제는 지구 온난화와 연결해 생각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오존층이 축소되는 것은 대기온도의 상승 즉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아마도 하나 밖에 없는 길이기 때문이다. 자연은 저절로 스스로의 이치를 품고 있어 인과의 긴 끈을 스스로 풀어가고 있는 것이다.
수천년전 장자의 가르침을 여전히 경청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