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치대졸업 후 덕성여대 총장 역임한 주영숙 교수
“치의술 뒤로 하고 또다른 삶 일궜지요”

관리자 기자  2001.09.01 00:00:00

기사프린트

청년 황금기 보낸 소공동시절 추억 아련 조각에도 조예, 전시회도 수차례 서울대치과병원 로비에 들어서면 첼로를 연주하는 조각상이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있다. 작품명이 「영혼의 울림, ‘콜 니더라이’로부터의 서신」인 이 조각품은 서울치대 13회 동기회가 지난해 졸업 41주년을 기념해 모교를 방문하고 기증한 것. 이 작품을 만든 이가 치대를 졸업하고 교육학을 전공, 덕성여자대학교 총장까지 역임한 바 있는 사회과학대 교직과 朱榮淑(주영숙) 교수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면 상당히 의외이면서도 놀라게 된다. 내년에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는 64세의 朱 교수지만 외모 뿐만 아니라 목소리도 상당히 젊고 아직 소녀티가 남아 있다. 공기맑은 북한산 자락에서 교육학을 가르치면서 예술활동을 계속하고 여자대학교에서 오랫동안 생활해서는 아닐런지. 면허번호는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정신없는 하루 일과를 보내다가도 가끔 소공동에서 보낸 치과대학 시절의 추억을 아련히 떠올리는 朱 교수는 면허번호가 2673인 치과의사 출신이다. 지난 59년 서울치대를 졸업하고 소공동에 있는 모치과에서 5, 6개월동안 근무한 적도 있고 결혼전 전까지 ‘인생의 청년황금기’를 치의학에 바쳤고 치과의사로 성공하겠다는 나름대로 욕심을 가진 때도 있었다. 그런 그녀가 결혼을 하고 세아이의 엄마로 가정에만 충실하면서 3년을 보냈다. 집에서만 보내다보니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치과의사 일을 하겠다고 현재 추계예술대학 이사장인 임형빈 씨에게 말했다. 학교선생을 하는게 어떠냐는 남편의 제안을 받아 당시 대학만 졸업하면 중등교사 자격증이 나오기 때문에 상명여자중학교 과학교사로 교사생활을 시작으로 교직에 몸담게 됐다. 이 중학교에서 해부학 등 치대에서 배운 실력을 바탕으로 누구보다 잘 가르친다는 칭찬까지 들으며 교사로 보내다, 제자들이 어느덧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 자극제가 돼 그도 대학원 진학을 결심하고 보건대학원과 교육대학원을 놓고 고민하다가 결국 이화여대 교육대학원에 진학해 석사학위를 받았다. 69년, 출산 때문에 휴직한 후배를 대신해 시간강사로 성신여자대학교에서 시간강사로 4년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니 대학과 강단이 갑자기 두렵게 느껴져 굳은 결심을 하고 가정으로부터 휴가(?)를 받아 미국 오클라마주립대학 대학원에서 어려운 공부과정을 거쳐 교육학 석사를 받았다. 78년 공채를 통해 덕성여대와 인연을 맺기 시작한 朱 교수는 이 대학에 재직하는동안 학생과장과 학생처장, 덕성여대 교육연구소 소장, 덕성여대 평생교육원 원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쳐 지난 94년 3월부터 3년동안 이 대학 총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총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교육부로부터 우수대학으로 평가받도록 하는 업적을 남기기도 했다. 朱 교수가 조각을 접하게 된 때는 한국전쟁으로 마산에 피난시절이던 1953년 여고시절. 前국립현대미술관장을 역임했던 이 학교 김세중 미술선생으로부터 조각의 기초를 배우면서였다. 이후 치대에 진학해 바쁘게 지내다보니 조각에 오랫동안 손을 뗏다가 어느날 대학 교정을 거닐다가 예술대 학생들이 흙 작업하는 모습을 보고 갑자기 다시 하고 싶다는 충동이 생기면서 학생들과 함께 수업도 듣고 주말과 공휴일에도 조각에 열중했다. 그 후 꾸준한 작품 활동을 계속하면서 한국미술협회, 목우회, 흙사랑조각회, 국민예술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회원전과 단체전을 수차례 열기도 했다. 98년 서울신문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갖기도 했으며 일본, 캐나다 등지에서도 작품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지금도 일년에 4~5차례 그룹전을 열고 있는 그에게 주변에서는 치과의사 출신이라서 더 잘하는게 아니냐는 우수갯소리도 한다지만 그는 치과에서 배운 꼼꼼함도 한몫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창의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치과의사와는 180도 다른 길을 걷고 있는 朱 교수. 치과치료는 환자만족과 자기만족적인 면이 강한 반면 교육학은 인간교육이기 때문에 인간이 커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또다른 기쁨과 보람을 느끼게 된다는게 그의 자랑이다. 더불어 젊은 학생들과 지내다 보니 마음이 더 젊어진다고 . 그녀는 교육심리와 교사교육을 전공한 교육자답게 “일생동안 직업을 일곱 번이나 바꾼다는 말이 있듯이 대학에서 배운 공부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뭘 하든지 정성을 다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朱 교수는 또 “치과의사도 대학서 배운 것만으로는 이젠 안되고 평생 공부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본업 외에도 무언가 열중할 수 있는 일에 활동하는 것이 개인에게도 축복이고 국민치아건강 측면에서 도움이 되겠다”고 취미 활동을 적극 권했다. <이윤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