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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간벽지 책보내기 실천 22년
서울 용산 정행남 원장

관리자 기자  2001.10.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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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품성 갖춘 인간 만들지요” 요즘에는 TV방송과 인터넷의 영향 등으로 책읽는 인구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지만 몇 년전만 하더라도 시골 산간지역에서 책을 읽고 싶어도 그 욕구를 채워줄 공공도서관 등이 거의 전무한 실정이었다. 독서에 메말라하는 이들에게 누군가가 정성스럽게 골라 보내주는 한권의 세계명작과 소설작품, 위인전기, 과학문고, 역사, 철학, 잡지 등은 또 다른 세상을 접할 수 있고 희망과 용기를 얻어 미래의 꿈을 설계하게 한다. 학창시절부터 워낙 책읽기를 즐겨해 요즘에도 병원에 출근하기전 매일 서점에 들려 헌책 몇권씩이라도 사서 들고 출근하는 鄭幸男(정행남·서울 용산구) 치과원장. 내년이면 회갑을 맞는 나이지만 청소년기에 읽었던 ‘죄와 벌’, ‘전쟁과 평화’ 등의 스토리와 그 책들이 전해주는 교훈을 거침없이 읊조리는 鄭 원장의 시골산간 벽지에 책보내주기 열정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그가 책보내기 운동을 시작한 것은 고향인 전남 강진군 작천면 고향을 방문, 모교인 작천초등학교에 들러 6학년때 담임이었던 학교 교장을 만나면서부터. 후배들을 위해 보람있는 일이 뭔가를 고민하다 책을 보내주기로 하고 10번에 걸쳐 2만5000권을 보내줬다. 이것이 계기가 돼 군예산을 지원받아 모교에 鄭 원장의 이를을 딴 ‘행남 도서관’이 세워지기도 했다. 이후 85년 구례에 다니러 갔다가 구례군수를 만나 2천여권의 책을 구례군에 보내주기로 약속하고 마산면, 맹천면 등 벽촌에 책을 보내주었다. 보내준 책을 읽은 학생들이 감사의 편지가 이어졌고 책을 읽고 군 독후감쓰기 대회에 나가 입상하기도 했다는 흐믓한 소식도 들려오기도… 보람도 많았다. 2년이 지난 뒤 완도에서 책을 보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강진군수가 이곳으로 옮기면서 鄭 원장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 이밖에도 병원에 함께 근무하는 간호사 고향인 장흥과 상주에도 정성스레 책을 보내주기도 했다. 그는 최근 한달전에도 그동안 모아온 책들을 진도에 있는 공용도서관에 보냈다. 지난 80년부터 시골 산간벽촌에 책 보내기 운동을 펼쳐와 지금까지 10여년동안 20∼30만권의 책을 보내왔다. 대부분이 鄭 원장이 직접 책을 구입했고 친척들이 책모으기에 도움을 주기도 하고 鄭 원장이 좋은일을 한다는 걸 알고 병원을 찾은 환자와 주변의 지인들도 책 보태주기에 동참하기도 했다. “어린시절 읽은 책들이 품성을 갖춘 제대로된 인간을 만듭니다. 어렸을 때 읽었던 명작이나 소설은 기억에 특히 오래남아 일생을 살아가고 인격을 형성하는데 꼭 필요한 거지요. 요새 교육이 품격 교육에만 치중하다 보니 아이들이 상상할 수 없는 엉뚱한 일을 저지르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가 책보내주기 운동을 계속하고 있는 이유다. 전에는 밤을 꼬박 세우면서까지도 보내줄 책을 박스에 담아 포장하고 일일이 도서 목록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나이가 들어선지 전만큼 의욕이 떨어졌다고 鄭 원장은 겸손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그는 앞으로도 책을 필요로 하는 곳에 책보내주기를 계속 실천할 의욕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는 요즘도 매일 오랜 단골이된 책방에 들려 3∼4권의 책을 사가지고 병원에 나와 병원 창고에 차곡차곡 쌓아둔다. 그는 또 오랫동안 활동해온 봉사클럽인 로타리클럽에서 전국 교도소에 책보내주기 운동을 주도해 5년 전에도 5000여권의 책을 보내주기도 했다. 올해 다시 전국 교도소에 ‘정동문고’로 해서 보내기로 계획을 세워놓고 하고 현재 3000여권을 모아놓고 있는 상태다. 그는 “자기 희생이 없는 봉사는 진정한 의미의 봉사라 할 수 없고 참된 봉사는 희생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말로 그가 지금까지 책보내기에 들어간 비용의 배경을 대신 설명했다. <이윤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