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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아, 아프가니스탄!
이한우<본지 집필위원>

관리자 기자  2001.10.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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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전폭기들의 굉음과 함대에서 쏘아올린 미사일들의 폭발 소리가 황폐한 아프가니스탄의 산하를 뒤덮고 있을 것이다. 두 대의 비행기에 의해서 세계 자본주의의 상징인 세계무역센터가 잿더미로 변하고, 세계의 경찰을 자부하던 무력의 핵심인 펜타곤의 한 모퉁이가 다른 한 대의 비행기에 의해 내려앉은 지 한달 가까이 지났다. 세계는 테러 역사상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그 규모와 대담성에 모두가 놀라고 말았다. 칠천여 명의 목숨들이 건물더미 속에 뒤덮혀 시체의 발굴조차 불가능하게 되었다. 참으로 참혹한 일이다. 세계는 공분으로 들끓었고 장본인인 미국엔 추모의 열기로 성조기가 바닥이 났었다. 오사마 빈 라덴은 테러의 배후인물로 지목되었고 라덴을 보호하고 있다는 명목으로 아프가니스탄이 도마에 올랐다. 부시가 단호한 어조로 빈 라덴을 내 놓으라고 위협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진 것이라고는 오랜 전쟁으로 황폐한 국토와 구 소련제 무기에 낡은 탱크 몇백대 수준에 겨우 5만의 군대를 갖고 있는 탈레반 정부는 단호하게 빈 라덴의 인도를 거부하고 세계 최대 강국인 미국과의 전쟁에 돌입했다. 어디 미국 뿐인가, 동맹국이란 이름 아래 세계의 힘센 나라들이 다 들러붙은 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무모하게 보이는 그런 전쟁을 그들은 왜 하고있는 것일까? 글쎄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단순히 의리 때문에 빈 라덴을 내놓지 않는 것은 아닐 것이고 빈 라덴으로 상징되는 반미의 선봉에서 온 이슬람을 대표해서 미국과 항전하고 싶은 것일 것이다. 이슬람 원리주의 하나로 왕정을 부수고, 러시아를 이기고 이슬람 국가를 건설한 그들의 자부심이 아무리 미국에게라도 굴복하지 않는 투혼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닐까? 목숨보다 종교적 신념을 더 높은 삶의 가치로 여기는 그들을 미국인들이 쉽게 이기지는 못할 것이다. 물론 빈 라덴을 죽이고 알 카에다 조직을 궤멸시키고 탈레반 정권을 전복시키고 친미적인 정권을 만들 수는 있겠지. 그런다고 일이 끝나는 건 아닐 것이다. 그들의 종교적 신념이 살아있는 한 또 다른 빈 라덴과 수 많은 알 카에다가 생겨날 것이고 미국이 스스로 이름 부친대로 ‘더러운 전쟁, 어둠의 전쟁’은 계속될 것이다. 미국이 중동에서 안정된 원유를 공급받고 반미적인 이슬람권을 견제하기 위해서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한 그리고 미국 내에 강력한 힘을 행사하는 유대인들의 입장만을 위해서 지금까지의 편향된 정책을 계속하는 한 그리고 세계화라는 일방적인 게임을 제 3세계에 강요하는 한 앞으로 더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원튼 원하지 않던 세계의 초강대국 미국은 자신의 국가적 이익에만 매몰하지 말고 자신의 국가의 위상에 걸맞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가져야 할 것이다. 어떤 전쟁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이번 전쟁에서도 아무런 죄 없는 민간인들이 죽어갈 것이다. 포탄에 맞아 죽는 것보다 더 끔찍한 것은 굶주려 죽는 것일 것이다. 미국이 비행기로 식량을 투하한다고 하지만 힘없는 노약자들이 그것을 차지할 수 있을 리 만무할 것이고 결국 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갈 것이다. 단지 아프가니스탄에서 산다는 이유하나만으로 죽어가야 할 사람들, 특히 휑한 눈의 어린이들을 생각하면 내리는 가을 비에 가슴 한 자락 젖어옴을 금할 길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