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학문과 교육체계의 문제점으로 기초가 부실하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학문은 점점 돈과 관련된 분야로만 발전하다 보니 자연히 경제적인 부를 생각하기 어려운 기초 학문 분야나 인문사회계열의 학문이 죽어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오래 전부터 끊임없이 제기되어 온 것이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인 부를 지향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대학에서 학문이 골고루 발전하지 못하면 얼마가지 않아 사회 곳곳에 병리현상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식사를 잘해 건강을 유지한다고 해도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지 못하면 균형잡힌 건강을 유지할 수 없게 되어 심하면 당뇨, 고혈압, 뇌졸중 등 성인병으로 진행될 수 있듯이 학문도 마찬가지다. 골고루 발전을 이뤄야만 균형잡힌 식생활처럼 건강한 사회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철학, 사회학 등이 돈벌이가 안된다는 이유하나로 외면 당해서는 사회기반이 흔들리기 마련이다. 물리학, 화학, 그리고 기초 치의학이나 기초의학 등이 천대되어서는 머지않아 모래 위의 성처럼 사회가, 경제가 무너져 내릴 수 있는 것이다. 모든 공학이나 임상 치의학 및 임상 의학 등은 기초가 튼튼해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기초연구개발 분야 투자에 인색하기 때문에 항상 비싼 로열티를 지불하면서 핵심기술을 빌려오는 우를 범하지 않는가.
최근 치과계는 이러한 위기의식 속에서 기초분야의 발전을 위해 새로운 변화를 모색했다. 지난 10일에는 7개 기초학 분야가 모여 기초치의학의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대한기초치의학협의회"를 발족시켰다. 치협은 이자리에서 기초치의학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이의 육성방안을 적극 협조해 나갈 뜻을 비쳤다. 李起澤(이기택) 협회장은 관련법을 개정하여 기초치의학 연구요원들에게 병역특혜를 주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이 개정작업은 현재 순조롭게 진행되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서울치대의 경우 `치과생체재료연구동"을 지어 치과용 신소재를 개발해 나가면서 벤처기업실 등을 두어 의료산업과도 연계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정부에서도 기초의학분야의 육성을 위해 최근 `기초의과학육성협의회"를 상설기구로 결성하기도 했다.
이렇듯이 이제야 정부나 대학 종사자, 관련단체 등이 총체적으로 기초분야의 육성을 위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미 인간 게놈지도가 밝혀지고 이를 이용해 불치병 등을 규명하여 치료방법을 연구해 내고 있는 국제적 상황 속에서 이제 육성기구나 단체를 만드는 것이 다소 늦은 감은 있다. 그러나 미래의 의료산업과 인간 질병과의 싸움을 위해서는 지금 발벗고 나서도 결코 늦지 않았다고 자위할 수 있다.
이번 기회에 정부나 대학당국, 그리고 치협 등 관련단체들이 힘을 모아 우수한 인재들이 기초치의학 분야 등에서 연구에만 몰두하며 한평생을 보낼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