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으러 산따라 물따라…
인사동서 ‘물’사진전 열어
‘물"
‘물"에 미친 사람이 있다.
지난달 24일부터 7일간 인사동 갤러리 룩스에서 ‘물"만을 담은 개인 사진전을 연 金容材(김용재·53세·충북지부 부의장·청주 상아치과의원) 원장. 바로 그가 ‘물"에 철학을 담고 있다.
“자연 풍경을 사진에 담을 때 참 행복감을 느끼곤 해요. 더욱이 오염되지 않은 자연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자연의 신비에 마음이 풍요로워 지기도 하구요."
金 원장이 사진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고 시작한지는 10여년 정도. 칼라보다 흑백을 더 선호한다. 사진을 제대로 찍기 시작하면서 줄곧 흑백사진만을 고집해 왔다. 그게 자기 스타일이란다.
카메라도 그답다. 기존의 성능 좋은 카메라를 거부하고 부피가 큰 세월의 때가 묻은 중형카메라만 가지고 다닌다. 그 역시 자기 스타일이란다.
그리고 또 하나 고집부리는 것이 있다. 절대 사람은 찍지 않는다는 것. “처음 사진찍기 시작했을 때는 사람도 찍었어요. 그런데 막상 사진을 현상하고 나면 모델 외모는 생각지 않고 대부분 사진을 탓하곤 했죠. 또 모델을 구해야 되는 번거로움도 있구요. 자연은 불평하지 않잖아요. 모델도 마음대로 구할 수 있고…."
金 원장이 사람을 기피하는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사람 사진에는 겉모습 외에 사람의 마음, 성격 등도 담아야 하는 어려움이 만만치 않기 때문. “취미로 찍는 사진이 부담으로 다가오면 안되잖아요. 그래 지금은 사진 찍는다는 핑계로 여행을 하고 있어요."
이번 인사동에서 가진 그의 첫 전시회는 ‘물"이 주제다. 모두 200∼300롤(1롤: 필름 12개) 중에서 물의 여러 모습을 클로즈업한 사진만을 엄선했다.
기자가 방문한 날에는 사진전공 교수를 비롯해 학생 등 관심 있는 사람들의 발길이 잦았다. 이 전시회는 오는 11월 22일∼26일 청주예술의전당 전시실에서도 열릴 예정이다.
金 원장의 작품에는 별다른 제목이 없다. 그것은 사진을 보는 이들이 제목에 얽매여 감상하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이다. 金 원장도 그럴 때가 많았다면서….
신수진(사진이론/실험미학) 교수는 “김용재의 사진은 자연의 일부인 물을 눈으로 바라다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의 사진에 담음으로써 절제된 유희를 통한 끊임없는 연단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했다.
그는 이번 전시회 작품집을 일부러 발간하지 않았다. 아직 작품집을 발간할 때가 아니라고 사양했다. 좀 더 사진에 대해 깨달았을 때 작품집을 만들겠다고 한다.
앞으로는 자연을 주제별로 나눠 전시할 계획이라는 金 원장은 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을 사진에 담아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주말에만 사진을 찍으러 전국을 돌아다닌다는 그는 하루에 20∼30롤 정도 자연을 담는다. 그 중 1∼2 필름정도만 쓸만한 것. 그나마 그 정도라도 나오면 다행, 어떤 때는 마음에 드는 풍경이 없어 단 한 컷도 찍지 못하는 날도 있다.
金 원장의 치과의원에는 5평 남짓 되는 인화실이 있다. 그 곳에서 金 원장은 오늘도 자연의 신비와 깊이를 다듬어 가고 있다.
<신경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