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서 치아고통 ‘말끔히’
“병원비가 너무 비싸서 아파도 병원 갈 수 없어요”.
지난달 28일 일요일, 사랑나누기 치과의사회가 경기도 포천군 일대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치아 무료 검진에 나선다는 소식을 듣고 그들과 동행길에 올랐다.
이날 치아무료 검진은 포천군 일대에 소재하고 있는 금현교회와 실로암교회 두 곳. 마을로 들어서는 입구에서부터 눈을 씻고 찾아봐도 한국인은 보이질 않고 길가 여기 저기 동남아시아 계통의 외국인들이 무리 지어 있었다.
이곳 포천면 일대에는 3D 업종으로 분류되는 가구와 섬유 등의 공장이 공단을 이루고 있는 지역, 이곳에 한국인은 사라지고 코리아 드림을 찾아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집단 거주지를 이루고 있다.
이날 외국인 노동자들이 치아무료 검진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모여든 외국인은 100여명 정도. 방글라데시, 몽골,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중국, 파키스탄, 네팔, 나이지리아, 스리랑카 등 국적이 다양했다.
9개월 전 한국에 왔다는 26살 이란 청년 데이빗, 검진결과 잇몸에서 피가 심하게 나는 풍치와 송곳니 발치가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 그에게 왜 치과에 가질 않았냐고 묻자 서투른 한국어로 “병원비가 너무 비싸요"란다. 한달 임금이 80∼1백만원이라는데...하는 생각을 잠시 가졌으나, 임금 중 매월 85만원을 떼어 고향 부모님에게 송금한다는 얘기에 고개가 끄덕인다.
한국에 온지 2년이 됐다는 30살 방글라데시 청년 샐림, 검진 받은 외국인 노동자중 가장 건강한 치아를 자랑했던 그는 자국어는 물론 한국어와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 진료에 도움을 주었다.
그는 방글라데시에서 역사를 전공한 역사학도로 한국어를 배우고 싶었으나 비자 받기가 힘들어 공단에 취업, 임시 비자로 들어왔다. 그는 “이곳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염과 염색을 하고 있어 손에 습진은 기본이고 여기 저기 아파도 병원비 때문에 치료를 못받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사랑나누기 치과의사 모임은 이날 경기도 포천군 일대의 내촌보건지소와 가산보건지소에서 이뤄지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무료치과진료와 무료보철치료에 관한 한글 및 영문판 안내서를 나눠주며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으러 올 것을 독려했다.
사랑나누기 치과의사회의 임지준 공보의는 “외국인 노동자들 대다수가 경제적인 어려움과 근로환경이 열악한데다가 의료보험이 안돼 치과진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치아 검진 및 의치 무료 제공을 통해 조금이나마 기쁨을 나눠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외국인 치아무료검진에는 임지준 공보의를 비롯 5명의 공보의가 참여,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돌아왔다.
<강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