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우리 한국 사람들을 가리켜 `모래알" 같다고 했다. 한국 사람들은 한 사람씩 놓고 보면 모두가 영리하고 나무랄데 없이 똑똑하며 선량한데 전체적으로 묶어 놓을라치면 뭔가 모르게 문제가 많은 사람들이란 뜻이 아닌가 싶다. 질서도 없고 이기적이고 제멋대로 사는 사람들이란 비아냥일 것이다.
그래서 개인으로는 몰라도 시민으로서는 좋은 점수를 받을 수가 없다. 시민이란 다른 민주사회에서 보듯이 책임성이 있고 자기가 해야 할 일은 스스로 알아서 척척 해내는 믿음직한 사람이다.
우리 사회에도 분명히 선량한 사람이 많다. 정직한 시민으로 칭찬받을 만한 사람도 많다. 그런데도 전체를 놓고 시민 정신이 약하다고 보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일상 생활에서 믿을 수도 없고 무책임하게 자기 멋대로 사는 사람을 수없이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닌게 아니라 `나" 또는 `내 가족" 밖에 모른다. 그러면서 `나" 나 `내 가족" 의 일을 꺼내놓기 싫어한다. 남과 나의 공통점을 찾으려고 노력하지도 않고 다른 사람을 만나 서로의 공통점을 찾기보다 차이점이 무엇인가부터 찾으려 한다. 남과 더불어 누릴 수 있는 공동의 이익보다는 나에게 돌아오는 이익이 무엇인가부터 계산을 하는 것이다.
민주시민이란 한마디로 속이 넓은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좀더 넓은 시야에서 이해할 줄 알고 처신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는 가장 보편적인 인간이 아닐까도 여겨진다. 자기만 알고 자기 만족에만 집착하여 자기들만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웃에 대해, 또 이웃 고장이나 민족, 국가, 인류를 알고 그것을 통해 자기의 처지를 깨닫는 사람이다.
우리는 스스로 앞장서서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찾아서 하려 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모여서 어디를 놀러 갈 때에도 할 일은 누군가가 하겠지 하고 서로 미루기만 한다. 앞장서서 일을 하면 손해를 보는 것으로 아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득이 돌아오는 일이라면 쏜살같이 덤벼든다. 이 경우 염치는 이미 팽개친지 오래다. 자기 만족만 하면 되지 남이야 어찌됐건 상관이 없다. 말하자면 이기적 자아는 발달되고 사회적 자아는 발달하고 있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이른바 시민이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사는 사람이라 할 때 그것의 가치는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 그것은 삶의 목표가 있느냐 없느냐와의 차이가 아닐까. 어떤 목표가 좋은가가 문제가 아니라 무엇이든 해보려는 의욕을 돋아주는 목표-한마디로 지금보다 좀 더 나아지려는 의욕만 있으면 되는게 아닐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려는 요식업이나 손님을 편안하고 빠르게 수송하려는 운전기사라 해도 좋다. 그것이 일의 보람이고 사는 목표가 되면 그 사람은 정신적으로 행복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