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와 정부, 보험자단체, 시민단체간에 처방전 서식 발행매수를 둘러싸고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치협을 비롯 의협, 병협 등에서는 처방전을 1매로 발행하자는 주장이고 약사회와 보험자단체, 시민단체 등에서는 당초 정한대로 2매를 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일에는 이 문제를 가지고 복지부와 의료계 및 시민단체 들이 모여 ‘처방전서식 간소화를 위한 서식개선 회의’를 열었으나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복지부는 합의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현행대로 계속 2매 발행을 원칙으로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복지부는 이미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을 개정하여 12월부터 처방전을 2매 발행하지 않거나 기재사항을 누락할 경우 자격정지 등 행정처분을 내리겠다고 발표한 상태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보다 심도있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 우선 복지부는 적어도 왜 의료계가 이를 반대하는지에 대해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어느 제도를 시행함에 있어서 전체를 조망하여 가장 바람직한 방향으로 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의료계 주장이 전체를 위해 무시해도 좋을만큼 문제있는 주장이라면 복지부 방침대로 강행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의료계의 주장이 만일 합당한 부분이 있다면 보다 신중한 논의절차를 거쳐 어느 한쪽만이 아닌, 누구에게도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치협이나 의협 등에서는 처방전 재사용으로 인한 약화사고와 업무간소화를 위해 1매 발행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약사회나 시민단체 등에서는 환자의 알권리와 오남용 방지, 약화사고 책임소재 입증, 환자증상에 따른 처방과 관리에 따른 권한부여 등의 이유로 2매 발행을 주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환자의 알권리와 관련, 치협이나 의협, 병협 등에서는 약사가 조제내역서를 처방약 봉지 등에 붙이는 방법 등으로 대처할 수 있는 문제라고 주장한다. 의협에서는 알게 모르게 대체조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조제내역서를 작성토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복지부는 이같은 치협이나 의협의 주장을 간단히 접어두어서는 안된다.
또한 처방에 관한 사항은 의사의 지적재산권에 해당한다. 같은 질환이더라도 의사마다 처방하는 방법에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이를 공개하라는 것은 신중히 검토해야 할 사항이다. 그러나 만일 의사의 지적재산보다 환자의 알권리가 더 중요하다면 약사의 조제내역서 등이 더 바람직하지는 않은지도 점검해야 한다. 발급한 처방전을 환자가 재사용함으로서 약화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부분도 소홀히 다뤄서는 안될 것이다. 선진국에서도 처방전을 1매만 발행하는 것은 그만큼 환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봐야 할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다시한번 심사숙고해야 한다. 서식간소화 문제는 불필요한 자원낭비를 줄이는 차원 이전에 환자를 보호하는 의미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충분한 논의를 거칠 때까지 강력한 행정처분 조치방침은 보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