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백40여개 지사 거느린 공룡기업
한국치의 접촉하며 시장 잠식 눈독
최근 세계적인 치과병원업체가 국내 진출을 시도하고 있어 치과계에 적잖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견된다.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존스 홉킨스 병원과 미네소타 로체스터의 메이요 클리닉이 국내 의료시장의 진출을 위해 물밑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의 치열교정전문업체인 OCA(Orthodontic Centers of America)도 ‘뉴라운드’ 협상의 물결을 타고 국내 상륙을 위해 유명 치과의사들과 접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플로리다주 폰트 베로다 비치에 소재한 OCA는 지난 85년 병원사업을 시작해 현재 미국 611개 지사와 일본 28개 지사등을 거느리고 있으며 지난해 순수익만 약 3천4백4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기업이다. OCA가 국내에 들어올 경우 미국의 선진 치과의료기술과 장비가 도입돼 지원되며 미국에서 치열교정 전문의를 취득하고 국내에서 개원하고 있는 유명 치과의사를 앞에 내세우는 한편 국내 의료법개정의 요구와 WTO를 통한 국내 의료시장 개방압력을 통해 국내의료시장을 잠식해 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년전부터 OCA의 제안을 받아왔다는 S원장은 “그들이 연봉으로 제시한 액수를 떠나 한국 치과의료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와 그 성공여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제안을 수락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S원장은 “자신말고도 OCA가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치과의사가 더 있을 것”이라며 “그 사람을 통해서라도 분명히 OCA는 국내에 진입할 것이 확실하다”고 밝혔다.
OCA측은 5억원도 훨씬 넘는 상상을 초월하는 연봉액을 제시하며 국내 유명 치과의사를 섭외해 한국 지사장을 맡기고, 이를 통해 한국 의료계 실정에 대한 보고를 받음과 동시에 전국 각 곳에서 병원을 설립하고 오픈식에 맞춰 국내 의료법의 개정을 이끌어내 진료에 들어간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 OCA가 진입할 경우 일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전국에 걸쳐 교정만 전문으로 하는 20여개의 지점이 설립될 것으로 보인다.
OCA가 본격적인 진료에 돌입해 발생되는 진료수익금은 국내치과계의 발전을 위한 재투자에 사용되지 않고 전액 미국으로 보내진다.
그러나 이러한 의료시장의 개방과 외국 병원자본의 유입이 명확한 사실로 확인됨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 의료계에서는 뾰족한 대응방안이 없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그나마 현재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고 규정한 의료법 제30조 규정의 존치여부도 WTO의 압력에 풍전등화와 같은 실정이다.
또한 ‘뉴라운드’의 채택에 따라 2005년 이후 국내 의료시장이 개방되어야 하며 국내 치과병·의원은 이들 OCA와 자본력에 있어서 상대가 되지 못하는 등 속수무책이다.
이에 S원장은 현재 국내에도 몇 개 네트워크가 구성되어 있지만 외국 병원자본의 유입에 맞서 토착화된 기업형의 치과병원 건립이 필요하지 않은가 조심스레 조언했다.
한편 국내서도 의료시장 개방의 물결에 따른 외국계 병원자본의 국내 침투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들이 일부 치과의사들사이에서 포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구 기자>
문제점
싼 값 제시해 진료비 질서 흔들
의료시장의 개방에 대해 이렇다할 준비방안을 갖고 있지 않은 치과의료계에 OCA의 진입은 그야말로 적군으로 대비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교정만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병원의 개원으로 인해 국내 다수의 교정치료 의뢰 환자가 대거 OCA로 발길을 옮길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이 이미 벌어졌다. 미국의 선진 의료기술과 첨단 시설, 치료시스템을 자랑하는 OCA 병원에 예약을 하는 환자가 많아질수록 국내 의료시장은 그만큼 위축될 것이다.
또 이들 OCA는 자신들만의 특징을 내세울 수 있도록 국내 의료광고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든지 완화쪽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다분히 있다. 현재 의료인간 합의로 실시되고 있는 의료광고 규제는 OCA가 주장하는 자유시장경제체제의 도입으로 인해 그 근간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OCA는 국내 치열교정비보다 30%가량 저렴한 치료비를 책정할 것으로 알려져 국내 대다수의 소규모 치과의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적정한 치과진료비 책정질서를 흔들 수 있다는 것이 치과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미국 현지에서 대개 3∼4,000달러의 비용이 드는 교정치료를 OCA는 500불 정도 저렴한 가격에 진료를 하는 등 교정분야에서 가격 결정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견된다.
마지막으로 OCA는 내년 1월 1일 WTO(세계무역기구) 뉴라운드가 출범하면서 우리나라의 의료법을 개정하기 위해서 WTO에 제소하는 방안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져 국내 의료법만을 믿고 있을 수 만도 없는 실정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