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학교 다니면서 어렵게 공부… 수의대·약대 졸업 결실
42세에 치의 면허 취득… 지난달 경상대 총동창회장 취임
부드러우면서도 검사같은 강직한 외모, 논리정연한 말솜씨에 능숙한 회의진행과 의사진행발언으로 인상이 깊은 경남지부 대의원총회 의장 金千碩(김천석·진주 고려치과) 원장. 지부총회와 대의원총회를 통해 金의장에 대한 이러한 이미지가 굳어져 있는차에 그가 지난 11월 10일 경남 유일의 국립대학인 경상대학교 총동창회장에 취임했다는 기사를 일간지에서 보게됐다. “경상대학교에는 의대는 있어도 치과대학은 분명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치과의사가 총동창회장에 취임하다니 이게 웬일일까” 의아스러웠다.
하지만 金 의장은 경상대학교 수의과대학에 63년에 입학해 몇 년간 휴학했다가 다시 복학해 73년도에 졸업한 학적과 수의사 면허증을 소지하고 있고 경상대 총동창회 부회장도 오랫동안 역임해 왔었다. 그의 파란만장한 이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올해 60살인 金의장은 진주에서 5년간 약국을 경영한 특이한 경력이 있는 약사출신이기도 하다. 42세의 늦깎이에 치과의사 면허를 취득할 정도로 그리 순탄하지 않은 삶을 살아왔음을 짐작케 하고 있다.
경남 함양 산골 출신인 金 의장은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초등학교만 겨우 마치고 마산에 있는 모의원에서 낮에는 의원일을 돕고 밤에는 야간학교를 다니면서 어렵게 중고등학교를 마치고 그 원장의 도움으로 이듬해 경상대 수의과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고. 어려운 형편상 수의대에 다니면서도 수의약리학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공부에 열중하다가 수의약리학에 심취해 다시 약대 진학을 결심하고 틈틈히 공부를 계속해 원광대학교 약대에 입학, 또다른 삶의 전환을 맡게 된다.
졸업후에 약사면허증을 취득해 관리약사로 근무하면서 그동안 학교에 다니느라 진 빚을 다 갚고 다시 경상대 수의과대학에 복학을 단행하게 된다.
그가 수의대 복학을 결심한 것은 무엇보다도 金 원장이 갖고 있는 순수한 인간관계 때문이었다. 경상대 재학시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은사님과 어려운 시기를 함께 보낸 동기, 선후배들과 영원한 동문으로 남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서였다. 지금도 생각해보면 참으로 잘 한 것 같다고 뿌듯하기만 하다.
약국을 경영하면서 돈도 제법 모았고 남부러울게 없었지만 그의 삶에 대한 치열한 열정은 그를 제자리에 묶어두지 않았다. 어릴적 꿈이었던 의사의 꿈을 끝내 접을 수가 없었다.
학사편입을 결심하고 의대, 치대, 한의대를 놓고 고민하다 부인의 권유와 미국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직종이 치과의사와 MC라는 뉴스를 듣고 37살의 늦은 나이에 조선치대 예과 2학년에 편입해 42살에 치대를 졸업하면서 치과의사 면허를 당당하게 취득했다.
그의 여식도 치과의사인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치대를 졸업하고 치과의사가 되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봐도 당시의 선택이 옳았고 치과 의사가 된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金의장은 병원에 걸려있는 치과의사, 수의사, 약사 면허증을 보면서 지난날들의 땀과 노력, 눈물이 배어 있는 각고의 노력 끝에 얻어진 결실이어서 자식같이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그는 삼남매 같은 세개의 면허증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겸허해지고 더욱 용기를 얻을 때가 많다 술회했다.
경상대학교와는 입학동기, 군제대 후 같이 공부한 복학동기, 약대졸업후 다시 편입해 졸업을 함께한 졸업동기 등 3개의 동기들과 끈끈한 인간관계를 맺으며 누구보다도 두텁고 다양한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金 의장이 총동창회장을 맡게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주변의 치과원장들도 동창회 회장 취임소식을 듣고 지역에서 치과의사 위상을 대외에 과시했다며 축하의 말과 격려가 이어졌다.
金 원장은 “동문들간 유대강화와 친목도모에 앞장서면서 명실공히 전국 제일의 국립대학으로 발돋움 할 수 있도록 미력하나마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金 원장은 어린이 심장병 수술 지원, 복지원과 양로원,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무료의치 시술 등을 해주는 등 봉사활동에도 앞장서 왔다. 또한 새진주라이온스클럽 회장을 역임하면서 라이온스 최고봉사상인 무궁화금장상과 조선치대동문회에서 봉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소설에서 나올법한 젊은 시절의 역경을 뒤엎었던 치열한 삶처럼 유도에도 일가견이 있어 진주유도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으며 경남치과의사회 부회장을 거쳐 6년째 경남지부 대의원총회 의장을 역임하는 등 지역에서 활발한 사회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윤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