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조심하세요! 고개를 떨구고 숨소리도 내지 말고 조용히 계셔야 해요. 만약 쳐다보시려면 그윽한 존경심을 눈에 가득 담거나 헤픈 웃음이라도 흘리셔야 해요.
그럼요, 지금이 어떤 때인데요. 진정한 새 천년 그러니까 뉴밀레니엄의 첫 해라구요? 지난 천년 아니 가까이는 지난 세기의 암흑에서 새로운 광명의 세기로 접어든 희망찬 시기가 아니냐구요?
그럼요, 번쩍이는 광명은 지금도 아프가니스탄의 산하를 밝히고 있잖아요. 한번도 실전에서 써보지 못한 비밀스러운 신무기들의 섬광 말이예요. 대단하다지요? 허긴 소련이 10년 동안 싸우다가 포기하고 물러간 아프가니스탄을 불과 2개월 만에 해치웠잖아요.
그런데, 항복한 외국계 탈레반 병사들이 폭동을 일으키다 몰살당했다지요? 잘 됐지요 뭐. 살려두어 봐야 말썽의 소지만 있는 외국계 탈레반 병사들은 그냥 씨를 말려야 해요. 포로 수용소에 무기를 숨겨들어가 폭동을 일으키다니 정말 독한 인간들이예요. 암요, 쓸어 버려야지요.
그런데, 그 폭동이 CIA의 비밀작전에 의한 계획적 인 것이라는 설이 있던데요, 현장에서 죽은 유일한 미군이 CIA 비밀요원 이었다면서요? 쉿!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지금. 세계 제일의 인권국가인 미국이 그런 비열한 짓을 하겠어요? 그건 아랍계 언론들이 조작하는 것이라니까요, 말을 조심하세요.
지금 유럽을 비롯해서 모든 나라가 미국을 중심으로 굳게 뭉쳐 테러와 싸우고 있는데 잘못하면 큰일 난다니까요. 아니, 세계에서 제일 힘센 부시라는 아저씨가 말했잖아요. 테러분자들을 옹호하는 나라들도 빈 라덴인가 뭔가 하는 놈들과 똑같은 놈들이라고요. 선전 포고도 없이 마구 폭격한다잖아요.
무한 응징 작전인가, 아니지 무한 정의 작전인가를 발표하는 그 단호한 눈빛을 못 보셨어요? 정말 무섭더라구요. 조심하세요, 모든 가치의 판단은 미국 아저씨들이 하는 거예요. 그 사람들이 공정하게 판단해 준다 잖아요. 선의 세력인지 악의 세력인지를. 그러니 우린 그저 처분만 바라야지요.
다음번 순서가 이라크와 소말리아라지요? 아니, 북한도 포함된다 던데요? 설마요, 뭐 그렇게까지야 되겠어요? 아뭏튼 우리도 조심해야지요. 저 바다 건너 이웃 나라도 헌법까지 고쳐가며 자위대를 파병하는데 우리는 돈이라도 대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럼요, 나라에 돈이 없으면 우리들이 성금이라도 걷어보내야 될텐데.
그런데 왜 높은 양반들이 그런 생각을 못하는 지 참으로 답답하네요. 할 수 없네요, 우리의 진심이라도 보여야지요. 참, 가슴 속에 품어온 성조기를 꺼내 흔드세요. 그럼요, 우리가 얼마나 미국 아저씨들을 존경하는 지를 보여 주세요. 자유와 정의 만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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