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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가인하가 해법 아니다
근본대안을 찾아라

관리자 기자  2002.01.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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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재정 적자가 점차 커져가고 있어 국가적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 지난해 정부의 5.31 재정안정대책 마련으로 당초 4조 2천억원을 예상했던 적자가 2조 7천억원으로 줄어들어 나름대로의 성과를 보였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는 그동안 체불됐던 보험료를 거둬들이고 국고지원을 늘이는 한편 의료기관에 지불하는 급여를 감소시킨 결과였다. 그만큼 의료기관들도 희생을 감수하며 정부시책에 따랐다는 증거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또다시 의료기관들의 희생을 담보로 한 수가 인하방침을 내세우고 있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치협은 즉시 의료인단체들과 더불어 대대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당시 치협 李起澤(이기택) 협회장을 비롯한 관련 임원들이 미국 한국치과의사협회 학술대회에 참석했었으나 그곳 시각으로 한밤중에 金元吉(김원길)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두루 연결하여 치협의 의사를 분명하게 전달했다. 그 결과 수가를 당장 인하하겠다는 정부입장은 상당히 후퇴하여 현행수가로 동결하되 3개월간 원가분석을 통해 수가의 재조정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정부가 이같이 수가인하를 적극 들고 나선 배경은 지난해 11월 건강보험공단이 서울대 경영연구소에 용역을 줘 발표한 원가분석 결과 때문이다. 서울대 경영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의료수가는 전반적으로 의료기관 원가에 비해 9% 정도 높게 책정됐다는 것이다. 이 결과보고서가 시민단체와 국민들에게 각인되면서 병의원 급여수가를 줄여야 한다는 여론몰이가 시작됐다. 그러나 여기서 따져봐야 할 것이 있다. 우선 서울대 연구보고서가 과연 신빙성 있는 결과인가부터 다시한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미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도 “의약분업 시행초기여서 분석자료가 제한돼 있었고 표준의원 모델에도 논란의 여지는 있다”고 실토한 점을 미루어 자료의 연구결과 가치에 대한 신빙성 검토는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다. 더욱이 이는 지난 97년부터 4년간 원가분석을 통해 진료행위별 상대가치 점수체계를 완성한 연세대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의 연구보고서에서 97년 당시 진료수가가 원가의 56%선이었다고 한 내용과 지나치게 상반되는 결과여서 이를 여과없이 받아들이기에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또 한가지 오류를 범한 것이 있다면 이번 원가분석에서 치과병·의원에 대한 연구결과는 없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의과분야의 수가인하 방침에 치과분야 등 타 과 분야까지 슬그머니 끼어 넣으려 했다. 치과는 의과와 진료패턴이 상이한 분야이다. 단순하게 동일시해서는 착오를 일으키기 쉽다. 때문에 이번 정부의 움직임은 치과계에 대한 이해부족이라기 보다 다분히 고의성의 있어 보이기에 우려되는 것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근본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 가뜩이나 어려운 병의원 경영을 더욱 악화시키는 수가인하와 같은 어거지로는 근본적인 재정안정화가 어렵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재정안정 대책을 마련하려면 졸속적, 임기응변식 처신을 버려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커녕 계속 수렁에 빠지게 된다. 굳이 최선정 전 장관이 의료기관의 원가 보전액을 점차 100%까지 맞춰주겠다는 약속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의료기관의 경영실태를 보다 면밀하게 분석하여 당장 인기를 끄는 졸속대책이 아닌 장기적인 해법을 찾는데 주력해야 한다. 더 이상 의료기관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정책이 되풀이되는 일이 없기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