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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대중문화, 업그레이드돼야
최구영(본지 집필위원)

관리자 기자  2002.01.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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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영국인이 한 “셰익스피어는 인도와도 바꿀 수 없다”란 표현은 그럴듯한 개소리(이 말이 개소리라는 것은 인도인의 처지가 되어보면 금방 알 수 있다)는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려 한 과정법으로 해석하면 맞을 게다. 어느 시대나 그 시대를 지배하는 화두가 있다. 1990년대부터 21세기를 맞이한 지금까지 한국사회의 화두는 단연 ‘문화’다. 그리고 지금 한국의 문화는 대중문화가 지배하고 있다. 우리들은 생계를 위해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깨어있는 시간을 대중문화를 소비하면서 살아간다. 오늘의 삶에서 매스미디어와 대중문화는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에게 있어 산야와 전답과 같은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자연을 바라보면서 이를 통해 자신을 다스렸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더 이상 고요한 자연은 숨 쉬고 있지 않다. 대신 돈과 인기에 목마른 사람들이 끊임없이 쏟아내는 대중문화가 공기처럼 우리를 에워싸고 있다. 대중문화의 특징은 문화의 상품화 현상과 오락화 현상이다. 팝 아티스트 엔디 워홀 같은 사람은 “가장 상업적인 것이 가장 예술적이고 가장 예술적인 것이 가장 상업적이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대중 즉 구매자들의 기호를 예술의 기준으로 삼았다. 매스미디어를 통해 자본은 끊임없이 우리의 욕망을 자극하고 개인은 상품소비를 통한 욕망의 실현을 자아실현과 동일시한다. 이제 개인은 욕망의 화신이 된 것이다. 인간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그리고 주어진 환경에 대해서 스스로 일정한 규정을 내리며 살아간다. 다른 한편으로 인간은 기존의 규정과 환경을 바꿔 나간다. 이와 같은 의식적인 인간의 행위가 바로 문화이며 그 열매는 다양한 문화의 내용이 된다. 소비자의 선택 여하에 따라 문화상품이 죽고 살게 된 현실에서 대중문화의 질을 높이고 살찌게 하는 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몫이다. 인간의 삶에서 오락이 주는 순기능을 결코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분야를 포함해서 모든 것이 오락화되고 있는 대중문화현상은 바뀌어야 한다. 우리의 건강한 삶을 위하여 각 개인은 문화의 단순 소비자가 아니라 주체로 일어서야 한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휘트만의 시를 인용한 다음 대사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 본다. “인생이란 한편의 활기찬 연극이 진행되는 것이며 너 또한 한편의 시가 되는 것이다. 네 인생은 어떤 시에 기여하기를 원하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