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재수하던 시절에 본격적으로 피웠던 담배. 어언 20년이 지나 담배를 끊었거나 끊어야 겠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보지 못했던 그때에 갑자기 97년 3월 결혼기념일 저녁 식사 중에 담배를 한 번 끊어볼까 말한 것이 화근이 되어 집사람의 표정은 반신반의, 애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재떨이며 담배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모습이 내 자신이 다시 살아 돌아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즐거워하였다.
주변 친구들에게 중대한 사실을 알렸더니 대부분 비웃으면서 며칠이나 갈지 모르겠다며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담배가 나쁘거나 해롭기때문에 끊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자신의 의지를 시험해 보고 싶어서 또는 과연 나도 할 수 있을까? 에 대한 것이였다.
금단 현상은 그런대로 참을만 했지만 계단을 오를 때 숨이 차거나 배가 나와서 바지가 맞지 않고 얼굴은 살이 미어져 보는 사람마다 살이 너무 많이 쪄서 큰 일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 가장 큰 부담이었다. 그리고 허리도 32인치이던것이 36인치로 늘어났으며 체중 또한 79kg으로 늘어나 꼴 좋아진 모습을 보면서 담배를 다시 피울까 하는 강한 유혹을 가졌다.
겨우 보기 플레이로 왔다갔다하는 골프 실력은 허리가 돌아가지 않아 비기너 수준으로 떨어져 골프도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운동을 해서 살을 빼는 것만이 모든 질병을 퇴치할 수 있다는 각오 아래 다음날 새벽부터 초등학교 운동장을 뛰기 시작했다.
두바퀴만 돌아도 숨이 차고 넘어질것만 같은 그 모습은 정말 가관이었다. 꾸준하게 틈만 나면 운동장을 돌고 게을리하지않게 열심히 돌고 돌았더니 1년이 지난 지금 담배를 피던 시절의 체중이나 허리 둘레를 보면서 대단히 만족감을 느꼈다.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마라톤 대회에 나가면 나도 끝까지 달릴 수 있을까? 평소 마라톤 매니아인 친구의 강권에 못이겨 처음으로 지난해 12월 2일 제 13회 진주 시민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였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아침 일찍 7명이 진주로 향했다. 아니, 처음 보는 여자도 있지 않는가. 알고 보니 5~6회정도 뛰어본 경험이있던 분이었다. 혹시나 저 여자분보다 뒤처지지 않을까, 허헉 거리며 넘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출발선에 서 있는 그 수많은 사람들, 형형색색의 옷 색깔이며 얼굴 표정은 긴장되기보다는 즐거운 표정들이며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감정을 최대한 억제하며 정말로 천천히 천천히 뛰었다. 반환점을 돌아오면서부터는 속도를 내기로 했다.
꾸준한 속도로 다른 사람들을 따라 잡을때는 기분이 정말로 좋았다. 아무 생각없이 21.097km를 뛰어 결승점에 왔더니 1시간 58분 43초의 기록이었다. 동료들과 함께 촉석루 옆에서 장어와 맥주맛은 과히 어디에 비교할 수 있을까?
원고를 마무리 하는 순간 재수를 하는 내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아빠, 합격했어요.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