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회장 申相珍·이하 의협)가 느닷없이 수돗물 불소화사업에 대해 종전 찬성입장에서 유보입장으로 급선회하여 의료계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의협은 치협과 마찬가지로 의료인의 입장에서 수돗물불소화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이 아동들의 충치예방 등 예방사업으로 훌륭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으나 최근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이다.
申相珍(신상진) 의협 회장도 성남시에서 개원할 때만 하더라도 시민단체를 이끌면서 불소에 대해 호의적인 입장을 취했었다. 그리고 지난 98년도에는 치협과 공동으로 불소화사업에 관한 의견서를 복지부에 제출했었으며 그 보고서에서 의협은 적정한 수준의 수돗물 불소화는 젖니와 영구치 모두에 있어서 치아우식증의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구강보건 예방 효과는 어린이들과 성인들에게서도 효과가 있다고 밝혔으며 수돗물 불소화를 중지한 지역에서는 충치의 증가가 눈에 띄게 관찰되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그러한 의협이 왜 갑자기 수돗물불소화에 대해 뒷걸음을 치고 있는지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 더욱이 의협의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문이 외부에 노출되면서 그동안 불소화에 반대를 해 왔던 극히 일부단체들이 의협도 반대하고 나섰다는 왜곡된 내용을 인터넷상 등 전달매체를 이용해 악용하고 나서기 시작하여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들고 있다. 의협은 공문의 외부누출은 자신들이 한 일이 아니라고 발뺌까지 하고 있다. 도대체 의협이 어쩌다가 이지경까지 왔는지 답답하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의협이나 치협은 모두 전문의료인들이다. 자신들이 천직으로 삼고 있는 일이 국민의 건강을 향상시키고 질병으로부터 건강을 지켜 주는 것이다. 이는 의료인들이 가져야 할 숙명인 것이다. 치협이 과연 국민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불소화를 주장하겠는가. 오히려 충치가 예방되어 수입이 감소할 수도 있는 일이 아닌가.
그러나 치협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국민의 건강을 먼저 우선시 했기 때문에 이 사업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수돗물불소화가 어떤 사업인가. 세계보건기구(WTO), 영국왕실의학회 등 국제적인 공인기관에서 이미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충치예방법으로 적극 추천한 사업이 아닌가. 더욱이 미국의사협회나 미국질병센터(CDC)에서도 이를 입증하고 권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보다 더 까다롭기 유명한 선진국가의 기관에서 모두 인정하고 있는 사업이다.
의협은 지금 좌충우돌하는 형상을 띄고 있는 것 같다. 오로지 의약분업 철폐에만 모든 사활을 걸고 있어 지금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판단이 안되는 것 같다. 지난번 전현희변호사가 지적했듯이 의료서비스 개방화가 눈앞에 와 있는데도 의료보험 요양기관 강제가입에 대해 위헌 소송을 제기하여 스스로 외국 의료기관의 국내개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일도 의협이 지금 어떤 판단능력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일례이다.
그만큼 의협의 신 집행부는 여러 방향을 살피지 않고 한 방향으로만 질주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뜻이다. 수돗물 불소화 파문처럼 조령모개식의 결정을 하는 단체라면 현재 벌이고 있는 의약분업 철폐주장이 과연 국민건강을 위해 심사숙고한 결정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차라리 수돗물 불소화사업을 처음부터 반대하고 나섰다면 그 반대논리를 인정하겠지만 처음에는 과학적인 근거를 들며 찬성했다가 무슨 일이 틀어져서인지 그같은 의협의 의견을 유보한다고 하니 이것이 정상적인 판단에서 나온 것인가. 게다가 이 일이 별로 대수롭지 않은 듯 취급하고 있으니 더욱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는 다른 어떤 의도가 숨어 있는지를 따져 묻지는 않겠다. 단지 의료인의 양심으로서 진정으로 국민의 건강을 위하는 단체로서 지켜야 할 도리와 의무를 버려서는 안된다는 충언을 하고 싶다. 의료인단체 중 가장 큰 단체로서 이번 일에 책임을 통렬히 느껴야 한다. 그리고 하루빨리 자신들이 벌려놓은 이 엄청난 일을 사과와 정정으로서 매듭을 져야 한다. 사과와 이에 따른 개선은 진정으로 용기있는 자만이 할 수 있는 대인의 덕목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