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쌀시장이 개방된다고 하자 전국의 농민들이 국회와 탑골공원에 집결, 띠두르고 지도자급은 삭발하고 자식처럼 키운 쌀 불태우고 급기야 정권퇴진운동으로 과격하게 시위, 서울 한복판에서 거의 마지막이었던 최루탄이 날라다니던 기억이 새롭다.
쌀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고, 논이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 갖은 논리와 극단적인 시위로 쌀시장 개방을 막아보려던 농민과 시민단체들은 결국 개방의 파고 앞에 무릎 끓었었다. 2004년이면 이제 쌀을 포함 모든 농산물시장이 전면 개방된다.
치협의 WTO 대책위원회는 의료시장개방에 대한 치과계의 의견을 도출하기 위해 현재 구성돼 활동 중이다. 현재까지의 자료에 의하면 거의 전세계가 의료시장 개방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문제는 미국이다.
쌀시장도 아시아에서 일본을 포함, 전력을 다해 막아 보려 했지만, 결국 자동차, 조선 등 다른 산업에 대한 제재를 들고 나온 미국에 의해 시장은 열렸고 단 한나라도 예외는 없었다.
의료 시장개방도 시기가 문제일 뿐 언젠가는 올 것이다. 개방 앞에서 해야 할 최선의 행동은 무엇인가?
개방반대만을 목표로 국내시장을 지키다가, 가상이지만 어느날 갑자기 ‘당신의 자신있는 미소, 웃음을 돌려드리겠습니다. 줄리아 로버츠도 우리병원에서 치료받았습니다’라는 미국치과의 신문, T.V. 광고가 쏟아지면 어쩔 것인가.
물론 개방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런 준비없이 맞는 개방과 철저한 준비로 최대한 개방을 막으면서 경쟁력을 키운 상태에서 맞이하는 개방은 전혀 다른 것이다.
핵심은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다.
지난 치의신보 1000호 기념 심포지엄에서 일본 의료계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병원침몰’의 저자 스기우라 게이타씨가 한 강연 ‘의료빅뱅 병원침몰’에서도 한국과 비슷한 일본의 의료계가 외압으로 개방이 되는데도 아무런 대책이 없다고 질타했었다.
게이타씨는 “100년 이상 지속돼온 근대 합리주의적 의료 세계관을 탈피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충고하며 “기득권만을 지키는데 급급하지 말고 의료, 건강, 복지를 일원화한 개혁이 의료계, 보험조합, 행정가들을 중심으로 이루어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바야흐로 치과계뿐만 아니라 의료계 전체가 이 문제에 대해,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을 명심하고 철저한 대비와 전략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이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