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아태평양치과연맹총회(APDC)가 드디어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은 이번 대회를 치룸으로써 지금까지 4차례의 국제대회를 치르게 됐다. 지난 65년 제5차 APDC를 비롯하여 89년 제14차 APDC, 97년 제85차 세계치과의사연맹(FDI) 총회에 이어 이번이 4번째이다. 어떤 단체도 국제대회를 치룰때마다 마찬가지겠지만 우리나라 치과계의 대내외적인 위상은 대회를 전후하여 높아져 온 것이 사실이다. 97년 FDI 총회때는 당시 김영삼 대통령까지 참석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 아태회의(APDC)는 다시한번 한국 치과계의 위상제고에 아주 큰 의미가 있는 대회가 될 전망이다. 각종 특강 및 심포지엄 등 유수한 연자들의 학술강연이 풍성하게 마련된 것은 말할 나위 없지만 가장 상징성을 갖게 되는 것은 바로 아태연맹 회장과 세계치과의사연맹(FDI)회장을 한국에서 동시에 배출하게 되어있는 시점이라는 점이다.
이번 APDC에서는 李起澤(이기택) 협회장이 회장직에 오르게된다. 그리고 작년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 FDI 총회에서 尹興烈(윤흥렬) 치협 고문이 FDI 차기회장으로 선출된 바 있다. 세계 치과계가 한국인의 손에 의해 움직여지는 것이다. 한국 치과계의 위상이 상당 수준에 올라있음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이들 회장들의 면모를 볼 때 그저 한자리 차지하고 있는 회장으로 머물 것 같지는 않다. 아태연맹이나 FDI나 세계적인 기구임에도 불구하고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李·尹 두 세계 정상들은 관련 기구들을 변화시키고 개선시킴으로써 발전적인 기구가 되도록 주도해 나갈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아태연맹의 경우 세계 무대에서 더 이상 마이너 그룹이 아니기 때문에 보다 발전된 형태의 운영이 필요한 실정이다. 소수에 의해 기구가 이끌어져 가서는 곤란하며 보다 합리적이며 민주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기구 운영에 있어서 투명성과 공정성, 그리고 발전성이 보일 때 회원국들의 자발적이며 적극적인 참여는 뒤따르게 마련이다.
아태연맹은 이제 4명의 FDI회장을 배출한 성장하는 기구이다. 따라서 이에 합당한 체질개선이 필요하다.
이번에 서울에서 열리는 APDC는 그 시발점이다. 이제 한국은 이번 시발점을 통해 국내에서만 안주하려는 자세에서 벗어나 세계 무대를 관심있게 바라보고 이끌 줄 아는 성숙한 글로벌리즘으로 무장해야 한다. 이번 APDC를 그저 한차례 열리는 국제대회 정도로 인식해서는 곤란하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치과계가 세계 치과계에 상당한 입김으로 작용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기회의 장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것은 회원들의 몫인 것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국내문제에 더 심혈을 기울여야 회원들의 안위가 보장되지 않느냐고 지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국내 현안만을 가지고 처신할 때가 아니다. 과거에는 국내 의료현안만을 대처해 나가면 됐지만 의료서비스 시장이 개방되고 있는 지금은 세계 흐름을 놓쳐서는 생존하기 어렵게 됐다.
국내 현안도 꾸준히 대처해 나가야 하지만 이제는 우리나라 치과계도 국제 흐름을 읽고 주도해 나가는 주인공이 될 필요가 있다.
이번 APDC는 이러한 의미에서 중요한 대회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 치과의사들도 이번 대회를 통해 국제무대를 이끄는 국가의 회원답게 보다 폭넓은 시각으로 세계 무대에 적극 나서는 계기로 삼아 나가길 기대해 본다. 그럼으로써 한국 치과계는 반드시 국제적 르네상스 시대를 열어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