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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시골쥐와 서울쥐”
기태석(본지 집필위원)

관리자 기자  2002.03.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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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사는 쥐는 행복하다. 동네가 워낙 빈한해 먹을 것을 구하기는 힘들지만, 서울에 비하면 교통도 덜 복잡하고, 공해도 훨씬 적어 비교적 맑은 물과 공기를 마시고 살 수 있어 쥐 생활에 요구되는 적당한 긴장과 건강을 유지할 수 있으며, 또한 `쥐 조합"의 구성원 숫자가 적어서 서로를 잘 알고 서로에 대한 예의와 금도를 지키기에 동업자 쥐간에 별다른 큰 마찰이 없다는 점 또한 없이 사는 시골 생활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서울에 사는 쥐도 행복하다. 도회 생활에서 오는 약간의 번다함과 소란스러움은 오히려 시끌벅적 한 것을 즐기는 `잔치 쥐’에게는 매력이 아닌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대도시가 갖는 엄청난 경제력과 이를 바탕으로 한 흥청망청 대는 소비생활이다. 곳곳의 곳간에는 낟알이 비닐 포대에 담겨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 그저 아무 포대나 갉아대면 알곡이 쏟아져 나오고, 종량제 쓰레기 봉지마다 고기 덩어리니 나날이 생일잔치요 대박이다.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시골보다는 경제수준이 높아 자신의 노력에 대한 대가를 쏠쏠히 챙길 수도 있다. 지난번 `쥐덱스" 행사만 해도 그렇다. 전체 수입금액이 5억원을 넘겼고, 그에 따른 잉여금 또한 후년차 대회 준비비 5천 7백여 만원과 보관금 1천 5백여 만원을 합치면 7천 3백여 만원이 넘으니 완벽한 흑자인 셈이다. 시골 쥐들이 어쩌다 무슨 행사를 하나 해 볼까하면 약삭빠른 장사 쥐들은 그저 하는 얘기가 “예산 배정이 죄다 서울로 되어 있어서요, 잘 아시쟎아요···”하는 비웃음 섞인 눈초리를 받기 일쑤다. 그저 시골에 사는 죄만을 탓할 수밖에··· 온 나라의 사정이 이럴진대 진정으로 더 이상 수도권 과밀화를 비난만 할 수는 없다. “쥐도 낳으면 서울로 보내야 할 판이니···” 서울에 사는 쥐인들 왜 아니 불행하랴? 말로 대놓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서울 쥐도 고민은 심각하다. 날로 불안해지는 치안상태, 살인적인 집 값, 높은 물가로 인한 고비용 그리고 남의 집 잔치인 `쥐덱스"를 놓고 벌어지는 굶주린 시골 쥐들의 아우성 소리 등등··· 그렇지만 이러 저런 악조건 하에서도 시골 쥐가 보다 나은 시골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처럼, 주머니가 가벼운 시골 쥐가 못하는, 큰 재원이 소요되는 신문·방송을 이용한 대국민 홍보만큼은 맏형 격인 서울 쥐가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시골 쥐의 소박한 바램입니다. 그래야 누구나 좋은 이웃을 만날 수 있으니까요···. “백냥을 주고 집은 사지만, 좋은 이웃은 천냥을 주고 사는 법입니다.” ※ 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