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세기의 제국주의적 수탈과 전쟁의 광포 속에서 새 세기를 맞아 조금이라도 문명적 삶을 살아 볼 수 있을까 하는 인류의 기대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고, 타이틀 매치의 상대가 사라진 세계 초강대국 미국은 세계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펀치를 날리고 있는 중이다.
급기야 세계 최빈국 아프가니스탄에 신무기 실험을 하며 엄청난 폭격으로 탈레반 정권을 무너 뜨린 후 자신의 편에 서지 않으면 악이요 자신의 편에서면 정의라고 세계의 국가들을 상대로 위협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상한 생각이 들 것이다. 구 소련이 십 년 전쟁을 하고서도 결국 물러선 아프가니스탄을 불과 몇 개월도 안되어 정복했다고 기고만장 하는데, 실로 전쟁의 당사자인 `악의 화신’이라는 오사마 빈 라덴을 잡았다는 소식이 없다. 그리고 탈레반의 수반인 오마르의 생사도 묘연하니 도대체 뭘 이겼다고 하는 지 모를 일이다.
사실, 석유재벌과 군산복합체의 거대 조직의 대변자인 공화당이 집권할 때부터 우려하던 일이지만 지난 클린턴 정부의 합리적 유화정책은 미국 패권주의에 물든 팬아메리카니스트들의 강경책에 흔적이 사라졌다.
개표의 시비에까지 몰리며 어렵게 집권한 부시로서는 9.11테러가 어떤 면으로는 고맙기도 했을 것이다. 미국의 일부 이성적 목소리도 잠재운 채 부시의 인기는 치솟았으니 공화당으로서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엔론사태’가 터졌으니 국민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하여 전쟁의 분위기를 확산시키기에 접어들었다. 그것이 결국 ‘악의 축’ 사건인 셈이다.
사실 이라크는 걸프전에서 심대한 타격을 입어서 미국에 대항 할 힘도 없다. 그리고 수 많은 인적 정보망과 조기 경보기를 비롯한 첩보위성을 띄워놓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라크가 무슨 위협적 수단을 마련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이란은? 그건 그렇다고 치고 갑자기 북한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당장 북한의 미사일이 미국 본토로 날아올 것처럼 과장하여 본토방위를 위해 MD 계획을 추진해야한다며 천문학적 군비를 증강하고 있으니 정말 미국민들도 이성을 잃은 것이 틀림없다.
어째든 부시는 전세계가 비난하던 말던 ‘악의 축’의 발언으로 정치적 이득을 이미 충분히 챙기고 있는 듯하다. 엔론사태가 잠잠해지는 것을 보니 말이다.
그러나, 부시여. 생각을 돌릴지어다. 국민들을 만만히 보지 말지어다. 당신의 전쟁의 약발이 떨어지면 그 칼날이 당신에게로 돌아설 것이다. 그때는 뭐라고 말할 것인가? 정의의 수호자여. 당신의 정의는? 자유와 민주주의의 신념은, 인권은? 그 대답을 하기 위해 당신은 마른 침을 삼켜야 할 것이다.
부시여, 충고를 들을지어다. 정말 테러를 없애고 당신의 국민들이 편안한 잠을 들게 하려면, 그리고 그대들의 부와 특권을 계속 누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당장, 세계인들에게 용서를 빌어라, 자신들의 오만함을.
그리고, 쓸데없이 들어가는 천문학적 군비의 10분의 1만이라도 당신이 악의 축이라고 하는 나라들에게 도와 주어라. 그리고, 팔레스타인의 국가 창설을 도와주어라. 그것만이 인류의 공존의 길이다. 부시여, 귀를 세우고 마음을 열고 들을 지어다. 제발, 부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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