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태평양 치과회의(APDC)를 우리 나라에서 개최했다.
그래도 국제적인 치과계 행사라 치과의사협회를 비롯하여 각 학회, 각 대학들에서 많은 분들이 분주히, 그리고 열심히 고생하였다.
그리고 많은 치과의사, 치위생사들이 등록하였고, 개막식에는 국무총리가 나오는 등 비교적 화려한 행사로 보였다.
그런데 이 행사가 학술위주의 행사인지 아니면 아세아 각국의 치과의사들의 축제인지 그것도 아니면 새로운 기자재 전시회 중심인지 성격이 모호하다.
분명히 국제적 행사인데 외국인 참가신청은 고작 3백명이 채 안되었고, 학술 발표의 거의 대다수가 내국인들로 도배를 하다시피 하여 마치 치협이나 서치의 종합학술대회를 좀 큰 규모로 한 것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였다.
그나마 자유연제를 신청한 외국연자가 아예 오지도 않아 발표시간이 일찍 끝나는 사례도 허다하였고, 유명한 외국특강연제시간에는 300석의 좌석에 고작 10여명의 청중들이 앉아있어 서로가 민망한 경우가 많았다.
그런가하면 APDF본부의 교육위원회가 주관한 아세아 각국의 구강보건현황 발표장은, 각국의 발표대표들과 그 수행원 및 관심 있는 청중들로 외국인들이 가장 많은 50여명이 참석했으나, 이를 예견 못했는지 30개의 좌석밖에 없는 조그만 방을 배정하여 상당수가 오전 내내 서서듣는 불편을 겪기도 했다.
그 외국인들에겐 아마도 모든 심포지움이 다 이렇게 성황이라 생각했으려니 하니까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초록집에 이 분야의 내용은 빠져있어서 각국의 연자가 발표한 후 발표원고를 모두 모아 오후에 급히 책자를 만들어 배부하는 수고도 하였다.
전시장과의 거리문제로 (주)신흥에서 12대의 버스를 운행해 주어서 어느 정도 해결을 되었지만, 한번 전시장에 간 사람은 학회장에 다시 오기가 꺼려지나보다. 그날 내내 보이질 않는다.
대회 기간중 어느 치과의사의 부친상을 당했다는 부고를 연락 받고 조문을 하러 갔더니 빈소가 쓸쓸하다. 상주와 함께 아는 치과의사 30여명의 집과 치과엘 전화했으나, 모두 한결같이 APDC학회 장을 가고 없다는 것이다.
막상 학술발표장은 썰렁하고, 학회 장에서 내가 본 그 친구들은 한둘밖에 안되었는데 나머지는 도대체 3박 4일동안 학회장의 어느 구석에 있었단 말인가.
어느 지역 치과의사회 임원을 맡은 친구가 혼자 와서 지역구 회원 여러 명의 등록증을 찾아가던 모습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