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지난 15일 건강검진 실시기준을 개정고시하면서 구강검사를 1차 검진항목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실효성과 수진율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들고 있으나 사실은 건강보험 재정절감 효과를 기대하고자 함이다. 구강검진은 구강병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고, 또한 조기발견으로 초기에 치료를 유도함으로써 국민들이 구강질환으로부터 고통받지 않도록 하고 아울러 구강병 치료를 위해 지출하는 의료비용을 감소시켜주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이번 기준 개정으로 지난해 건강검진비용 1,336억원 중 7%에 불과한 구강검진비용 98억원을 절감할지 모르나, 이는 오히려 국민들의 구강건강 상태를 악화시켜 결국에는 국민 치과의료비 부담을 더 늘리는 무책임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우리 국민들의 구강건강 실태를 살펴보면 지난 98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우리 국민이 생애 전 기간에 걸쳐 가장 고통받는 만성질환은 충치이며, 성인의 90% 이상이 잇몸병(풍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정부가 주관한 최초의 전국 규모 조사인 ‘2000년 국민구강건강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12세 아동의 평균 충치 경험수는 3.3개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지난 30년간 선진국에서는 국민 1인당 평균 충치 보유수가 많게는 80%가량 감소했으나 우리나라는 오히려 5배이상 증가한 셈이다.
2001년 건강보험의 총치과진료비는 약 9천여억원으로, 비보험치료 부담액까지 합치면 국민들의 연간 치과치료비는 2조원이 훨씬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우리 국민의 열악한 구강보건수준과 과도한 치과의료비 부담은 이제 정부의 장기적인 구강보건 정책수립없이 개인적인 예방차원만으로는 도저히 해결될 수 없는 국가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과 뚜렷한 대안없이 발표된 이번 개정방안은 국민구강건강을 도외시하는 정책결정으로 비난받아 마땅할 것이다.
복지부는 이를 위해 지난달 27일 공청회를 개최했다고 하나, 이날 참석한 다수의 지정토론자가 구강검사 제외의 문제점을 강력히 제기했고, 입안예고 기간 중 수많은 전문가와 시민단체가 이의를 제기했음에도 이를 반영한 흔적이 전혀 없었다. 복지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국민건강증진 종합대책을 보면 구강보건서비스 제공을 위해 보건소와 10% 이상의 학교에 구강보건실을 설치하고, 전체 인구의 40%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수돗물불소화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등 예방사업에 비중을 두다가 며칠 뒤 건강검진에서 구강검사를 제외한다고 발표하니 도대체 보건복지정책의 기준이 무엇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예방사업의 효과는 단기간내 나타나지 않는 법이다. 예방사업에 대한 적절한 투자는 후세대에게 몇 백배, 몇 천배의 결실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이제라도 보건복지부는 구강검진 항목 삭제를 조속히 철회하고 구강검진의 내실화를 위한 적극적인 방안을 마련해 주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