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 전남 보성서 처음 봉사… 10년간 300여명 혜택
지역감정 해소에도 도움, 광주 방송 등에서 취재오기도
올해는 월드컵이 치러지기도 하지만 연말에는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있다.
대통령을 뽑을 때 꼭 고질병같이 나타나는 지역갈등문제가 심각한 수준을 넘어 망국병에 이르고 있다고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실정이다.
이런 지역갈등을 조금이라도 덜어보고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치과의사들이 있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이하 건치) 대구지부와 광주지부는 11년째 치과계 가족인 기공사, 치위생사들과 함께 농촌 노인들에게 무료의치사업을 해오고 있다.
지난해 대구 지역, 올해도 지난 4월 13일과 14일 이틀에 걸쳐 행사를 갖고, 70세이상 노인 13명에게 진료를 해주고 지난달 20일 틀니를 장착해 주었다.
정치인들이 대통령 선거마다 심화시켜왔던 영호남 지역감정을 해소하고자 치과의사들과 대구·경북 치과기공사회 그리고 광주광역시 기공사협회까지 포함된 치과가족들이 지난 92년부터 농촌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는 것이다.
이번 진료단장을 맡은 김무영 원장은 “영호남의 지역감정 해소에 일조하고 젊은이들이 떠나간 우리농촌을 지키며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노인분들을 위해 무료틀니사업을 실시해오고 있다”고 이번 사업의 의미를 설명했다.
김 원장은 “전남 보성에서 시작된 무료의치사업으로 지난 10년간 영호남 농촌의 노인 300여 명에게 무료로 의치를 장착해주었다”며 “이를 통해 소외계층에 대한 진료사업이 치과의사 사회 전반에 걸쳐 확산되는 데 영향을 끼친 점이 또 다른 큰 성과”라며 사업이 원래목적을 넘어서는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했다.
영호남 무료의치사업은 영호남의 치과의사들이 치기공사, 위생사들과 함께 경상도와 전라도의 한 농촌지역을 정해 해마다 번갈아가며 시행하고 있다.
92년 송필경 원장을 비롯한 대구의 치과의사들이 전남지역 치과의사들에게 사업을 제안했고, 전남치과의사들이 흔쾌히 승낙해 전남 보성지역에서 처음 시작돼, 서로 전라도 치과의사는 경상도를, 경상도 치과의사는 전라도에 봉사활동을 하게 됐다.
이번 무료 의치사업이 전개된 ‘여수애양원’의 ‘애양평안요양소’는 한센 병력으로 오갈 곳 없는 120여명의 노인들이 거주하는 양로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식구도 없으며 경제적으로도 열악해 비용이 많이 드는 틀니를 하기 힘든 형편이다.
이번에 무료 의치사업이 벌어진 전라남도 여수에 대구지역 치과의사 12명이 방문하고, 전남지역에서 21명의 치과의사들이 참가하여 치과의사간의 동서 화합과 친목을 도모하는 계기를 만든 것도 부수적인 효과라고 할 수 있다.
金 원장은 “무료의치 사업만으로 지역감정이 해소되겠는가 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초기에는 적지 않았지만, 사업을 매년 실천하는 과정에서 이런 노력들이 모여 좀더 나은 삶을 구현하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많은 이들이 공감한다”며 “치과의사로서 맡은 바 사회적 책무를 다하며, 더 나아가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사업으로 생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업의 성과가 서서히 알려지면서 지역 언론들의 관심도 상당해 광주방송에서 취재를 나오는 등, 영호남에서 지역감정해소를 위한 이번 사업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이번 사업이 전개된 애양평안요양소 간호사 차경숙씨는 “노인분들이 몸이 불편해 병원을 찾기도 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 어려워 병원에 가지 않고 무면허 업자에게 해서 고생한 경우가 많았다”며 “치과의사 선생님들이 무료로 해주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앞으로 맛있는 음식을 맘껏 드실 수 있게 됐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김무영 원장은 이번 사업에 진료단장을 맡아 “실체도 없는 지역감정에 얽매인 우리 사회에 이런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으며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좀더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김 원장은 “이번 사업은 내년에 경상도에서 계속 되며 국가가 빠른 시일 내에 소외계층에 대한 의료복지 혜택방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