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의료서비스시장 개방과 관련하여 치협은 양허요구를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키로 했다. 치협은 최근 치과계 입장을 정리, 일단 WTO DDA(도하개발아젠다) 서비스분과위원회 양허요구안의 요청에 대해 반대의 뜻을 전하기로 했다. WTO DDA 서비스분과위의 양허요구안에 따르면 특정 WTO 회원국의 상업적 주재(영리활동을 위한 해외 주재)를 비롯, 전문인력이동, 내국민 해외소비(특정국 소비자의 해외 서비스 소비), 국경간 공급(국제간 통신수단을 이용한 서비스 제공) 등에 관한 양허요구이다. 치협은 이 네가지 모드에 대해 양허요구를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13일 회의에서 나온 의사협회, 병원협회, 한의사협회의 의견은 각자의 이해관계로 네가지 모드에 대해 찬반이 각각 엇갈린 것으로 알려졌으며 15일 회의때에는 병협만이 참석하여 회의 진행이 어렵게 되는 등 의료서비스 시장개방을 둘러싸고 국내 의료계간의 입장이 아직 조율이 안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조체제로 가는 데는 다소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의료서비스개방에 대한 정부와 관련단체간의 대책논의가 다소 늦은 감이 있다는 것이다. 자칫하면 제2의 농수산물 개방과 같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2005년 개방을 목표로 움직이는 WTO DDA 양허요구안은 국제 정치적 역학관계로 풀려 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입장은 어차피 개방이 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의료계다. 법무부 국제통상법률지원단 자문위원으로 WTO 회의에 참가했던 왕상한 서강대 교수의 지적대로 복지부 관계자가 의료서비스 개방 관련 WTO 회의에 참가해 본 일이 없다는 것이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물론 근래 몇 달 사이에 나름대로 각종 대책 회의와 세미나 등을 통해 각 단체마다 대비방안을 강구해 나가기는 했다. 최근에는 8개 보건의약계 단체가 힘을 모아 해외시장 조사 용역을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에 맡기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무엇 하나 제대로 방향이 잡혀진 것은 없다. 치협은 우선 양허 요구안에 반대를 했지만 그것은 단지 시간 벌기에 불과하다. 근본적인 대비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점에 와 있다. 우선적으로는 회원들에게 경쟁력을 심어 주기 위한 시간벌기에 나서야 함은 물론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실질적인 대비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하루빨리 의료계 전체의 통일된 의견 도출이 중요하다.
아무튼 비록 늦었지만 정부와 각 의료단체들은 현명한 지혜를 발휘하여 국내 의료시장에 커다란 피해가 오지 않도록 힘을 모아야 하겠다. 아울러 우리나라 치과의사들을 비롯 국내 의료계도 개방의 필연성을 인정하여 경쟁력을 구축해 나가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국내 의료계의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다각적인 지원을 마다해서는 안될 것이다. 국제사회의 냉혹함 앞에 우리나라 의료계는 어찌됐던 살아 남아야 한다는 대명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