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40에 시작해 이제는 달인
제주 검도회 부회장도 맡아
매일 2시간 노력하는 연습 벌레
요즘 아이들 말로 표현하면 정말로 ‘짱’인 아줌마.
아줌마란 표현이 좀 거슬릴지 모르겠으나 기자는 오히려 그녀가 아줌마라는 사실에 더욱더 찬사를 보내고 싶다.
김경숙 제주도 명 치과 원장. 이제 50을 바라보는 나이인 김 원장은 현재 대한검도회 산하 제주도 검도회의 부회장으로 검도 4단의 유단자다.
4단 이상의 여성 검도인이 전국적으로 47명 정도밖에 없다고 하니 이 정도면 김 원장의 검도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이해할 수 있겠다.
김 원장이 처음 검도를 시작하게 된 것은 지난 92년 대개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40이란 나이를 몇 달여 남겨둔 시점.
인생의 지루함, 고달픔, 덧없음 등 인생에 대한 위기의식이 김 원장을 엄습해 왔다.
뭔가 해야 한다. 뭔가 인생에 활력을 불어넣을 만한 그런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고심하고 있던 찰나.
그때 우연히 접하게 된 검도 관련 신문기사가 김 원장을 검도장으로 끌었다.
김 원장의 말 그대로를 빌리자면 지하 검도장의 땀 냄새와 무거운 기합소리가 자신을 붙잡았단다.
그 길로 그렇게 92년 10월 2일 새벽 6시 추리닝 차림으로 처음 죽도를 잡음으로써 김 원장과 검도와의 인연은 시작 됐다.
그렇게 시작된 검도와의 인연은 작년 도지사배 전도 검도대회에서 여성부 우승을 차지하는 영광을 김 원장에게 안겨주었고 그해 11월에는 4단으로 승단하는 커다란 기쁨도 안겨 주었다.
“승단 심사 때 얼마나 긴장을 했던지 공부 할 때도 나지 않던 코피가 다 흐르더라구요.”김 원장이 얼마나 검도에 몰입하고 있었는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검도는 처음 시작은 쉽지만 갈수록 어려워지는 운동이예요. 하지만 이것이 진정한 매력이죠. 단순한 동작 몇 가지에 온 인생이 담기고 무조건 열심히 악을 쓰고 한다고 해도 오랜 연마기간을 거스르거나 앞지르지는 못해요.”
“너무 자만해서도, 지나치게 신중해서도, 너무 빨라도 안되고 언제나 평상심을 잃지 말아야 하며 초발심을 잃지 말아야 해요. 그야말로 인생에 대한 모든 禮를 배울 수 있는 것이 바로 검도죠.”
김 원장은 매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진료가 끝나는 6시 반부터 8시까지 검도장을 찾는다.
“검도를 두고 4번째 식사라고 합니다. 그래서 검도인들은 하루 세끼가 아니라 네끼를 먹어야 한다고 하지요.”
김 원장의 딸도 초단으로 주로 방학을 이용해 검도장을 찾는단다. 그러나 김 원장의 부군만은 검도를 하지 않는다.
왜 부군께서는 검도를 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김 원장은 “남편 말을 그대로 빌리면 성질이 못돼서 맞으면 마구마구 패버리게 될까봐 검도를 할 수가 없데요”라며 유머스럽게 말을 이었다.
김 원장 부부는 연세대 산악부에서 만나서 열애를 하다가 결혼까지 골인한 커플로 김 원장의 부군은 해외원정까지 다닐 정도로 프로급 산악인.
김 원장은 “이때 등산시 필요한 체력을 기르려고 구보와 근력강화 운동을 열심히 한 덕에 체력이 바탕이 되어 마라톤 풀 코스를 3번이나 완주해 내기도 했어요”라며 “산과 달리기도 검도만큼이나 사랑한다”고.
아마 지금의 부군과의 인연을 맺게 해준 산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다.
이런 김 원장은 검도에서 만큼이나 인생과 사랑에 있어서도 당찬 사람이다.
본디 제주토박이로 12살에 서울로 유학을 와서 학창시절을 서울에서 보내다가 30살에 귀향한 후 줄곳 제주에서 살고 있는 김 원장은 “서울 남자 데려다 제주사람 만들고 사람 좋고, 물 좋고, 공기 좋고, 먹을 것 싱싱한 이곳에서 맘놓고 운동하며 그렇게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요”라며 자랑을 늘어놓는다.
우리환경연합의 공동의장직을 맡아 고향을 지키는 환경 파수꾼으로서도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는 김 원장은 “그러나 최근 들어 제주의 환경이 자꾸 인위적인 개발로 인해 울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며 약간의 아쉬움을 비추기도 했다.
하지만 50이 다된 나이에도 끊임없는 자기계발로 삶에 활기를 불어 넣으면서 멋지고 당차게 살아가는 김 원장이 제주에 딱 버티고 있는 한 제주의 자연은 언제나 푸르름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 본다.
※ 김경숙 원장은 ‘치과의사검도회’를 조직할 계획으로 관심 있는 치과의사들의 많은 참여를 당부했습니다. 문의 062)722-6700
<강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