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어느 졸업생 제자가 찾아와서 결혼주례를 부탁했다. 아직 내 나이나 인생경험이 주례를 볼만큼 풍부하지도 못하고 하니 나보다는 원로급 교수님이나 인사들 중에서 찾아보도록 권유했다.
그러나 그 친구는 전화로도 몇번씩이나 요청하고, 급기야는 여자와 고급술 한병을 들고 대학으로 찾아왔다.
내가 아직 주례를 볼 나이가 아니라며, 차라리 내가 결혼식 사회를 봐주겠다고 제안했더니 “교수님은 사회보실 나이가 아니라 사위보실 나이”라며 그건 더욱 안된단다.
신부감이 깜찍하고 귀여워서 승낙하기로 했다. 그런데 내 인생에 처음해보는 주례라서 주례사 할 말이 막막하다. 처음 해보는 것이니까, 너희도 항상 처음처럼 살아보라고 강조했다.
치과대학에 처음 입학한 학생들은 자의로 들어왔건 부모님과 고교담임의 권유로 들어왔건, 아니면 성적이 받쳐줘서 밀려들어왔건, 그들은 대다수가 치과의사상에 대한 꿈과 희망이 있고, 사회에 대한 의료부문의 봉사자가 되기 위한 마음가짐이 되어 있다.
그런데 6년과정의 교육을 받으며, 대학과 사회로부터 돈의 편리성과 위대함을 점차 스스로 깨닫게 되고, 자신들도 혼탁한 세상에 적응하도록 서서히 변모하기 시작한다.
졸업할 때쯤이면, 환자의 질병해소, 지역주민의 건강증진이라는 환자와 지역주민측 입장에서 진료에 임하기보다는, 어떤 진료가 고수익을 생산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되고, 이것이 경쟁력있는 치과의사를 만드는 것이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일부이긴 하지만, 심지어 임상실습으로 환자진료함을 마치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개념으로 생각해보기도 하고, 지역사회 공중보건실습훈련을 학생 노동력 이용으로 너무 앞선 오해를 가져보기도 한다.
모두가 입학했을 때의 `처음처럼"을 망각했기 때문이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이 취임식 때의 각오와 신념으로 계속 임기중에 만사를 처리했었다면, 지난 10여년간의 매분마다 임기말에 터져나오는 아들, 딸들의 비리들은 없었을 것이다. 이제는 아예 세 명이서 홍삼트리오를 만들어 지면에 오르니 역시 대중성이 있다고 하겠다.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 및 집행부가 모두 새로워졌다. 새롭고, 깨끗하고, 힘차게 일해보겠다는 각오가 대단할 것이다. 새 집행부에 축하를 보내며, 항상 `처음처럼’을 당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