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전국민이 한데 어우러져 대한민국을 외치고 있다. 전국민이 이처럼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것은 바로 축구경기가 갖는 독특한 매력 때문이다. 그러나 이토록 전 국민들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던 것은 무엇보다 한국 축구의 놀라운 성장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명장 거스 히딩크감독이 빚어낸 한국 축구의 성장은 한국민들을 열광의 도가니에 넣기에 충분했다. 그의 특유의 뚝심 경영이 훌륭한 도자기를 빚어낸 것이다.
그러자 우리나라 특유의 냄비근성들이 또 활개를 치고 있다. 히딩크 감독의 주가가 높아지자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이를 이용해 최대한의 이익을 얻어내고 있다. 그런가 하면 벌써 일부 기업연구소에서는 히딩크식 경영법을 연구하여 기업도 배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각종 언론들도 입에 침이 마를새라 그를 칭송하고 있다. 얼마전까지 그를 대하던 언론이나 이에 편승한 국민적 시각을 돌이켜 보면 부끄러움이 앞선다.
우리는 히딩크를 단죄했다. 한국 축구가 세계를 돌며 치른 여러 평가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자 히딩크 감독의 무능함을 꼬집었고 심지어 그의 사생활까지 들추어 내기도 했다. 그러던 언론과 국민이 지금은 히딩크 심드롬에 빠져 들고 있지 않은가. 히딩크 감독은 나름대로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으로 한국팀을 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리 언론에서 뭐라해도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과학적 분석을 기반으로 한 자신의 확고한 프로그램으로 선수들을 훈련시켰으며 학연 지연 등을 무시하고 무조건 선수들을 실력에 우선하여 선발했다. 그리고 그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은 것이다.
이러한 히딩크식 경영이 무엇 때문에 우리에게 신선하게 다가오는가. 그것은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병폐, 학연 지연주의, 서열만능주의, 기본을 무시한 외양갖추기 등을 되돌아 보게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하나 더 냄비근성에 대한 지대한 반성도 함께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반성과 성찰은 사실 우리 치과계에도 필요하지 않은가 한다. 치협이 제대로 움직이려면 중장기 계획이 철저하게 준비되어 있어야 하며 이에따른 단기 계획이 차근히 진행돼 나가야 한다. 그러나 만일 일부 언론이나 일부 회원들이 이러한 치협 집행부의 계획을 믿지 못해 당장 어떤 가시적 성과를 요구하고 이에 부합치 못하면 가차없이 흔들어댄다면 결과는 뻔하다. 더욱이 이번에 새 집행부는 들어선지 겨우 한달 반째 접어 들고 있다. 새로운 임원진간의 호흡도 아직 제대로 맞추지 못한 시간이다. 이러한 새 집행부보고 현안해결 능력 운운 하는 일부 언론의 지적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병폐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치협의 새 집행부는 이러한 일각의 지적에 연연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름대로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모든 현안을 차근히 뿌리부터 뽑는다는 자세로 임해 나가길 바란다. 너무 인기에 영합하여 미봉책으로 외양만 갖추는 일이 없이 차근히 현안해결에 한발자국식 앞으로 나간다면 치과계, 더나아가 의료계의 큰 리더로 자리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