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연세친선병원내 치과 개설에 앞장
아버지 반대 불구 결심 강행…자랑스런 연아인에 선정되기도
“내가 가지고 있는 치의학에 관한 지식과 기술, 하나님께 배운 사랑을 몽골인들에게 나눠줄 수 있다는 것에 너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지난 95년 7월부터 2001년 7월까지 6년간이나 몽골에서 머물면서 진료 봉사를 해온 장승기(47세·21세기 나눔치과) 원장.
장 원장은 아직도 아침에 눈을 뜨면 여기가 한국인지, 몽골인지 먼저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그만큼 장 원장의 마음에 몽골에서의 시간들이 소중하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원장이 몽골에 가게 된 계기는 지난 92년부터 연세의료원에서 몽골 선교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부터였다. 막상 93년 몽골에 단기 선교사로 처음 방문했을 때 몽고의 열악한 치과 환경이 장 원장을 더욱 몽골로 오게 만들었다.
몽골의 치과마다 유니트체어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고 장 원장은 당시를 회상했다. 그 당시 장 원장의 눈에 들어온 건 벨트를 사용하는 Low Speed Engine이 달린 볼품없는 유니트체어가 전부였다. 더구나 치과재료도 빈약해 치과 치료는 발치 위주였고 간단한 보존치료 정도만 가능한 상태였다.
그러나 장 원장이 몽골로 오기까지 주위의 우려도 많았다. 당시 치과를 개원한지 10년째 접어들었고 어느 정도 자리도 잡혀가고 있는 마당에 뜻밖의 몽골행은 가족들의 희생이 뒤따라야 했다.
“특히 아버지의 반대가 컸었어요. 어린 두 딸의 교육과 한국보다 생활수준이 낮은 곳에서의 살아갈 일들이 가족들에겐 막막했을 테니까요.”
장 원장의 굳은 결심을 보고 가족들도 결국 몽골행 비행기에 함께 올랐다. 장 원장은 10년간이나 한국에서 쓰던 치과장비와 재료 등을 함께 몽골로 가지고 왔다. 아무 조건없이 봉사하겠다는 집념 하나로 한국에서 가져올 수 있는 것은 모두 가져온 것이다.
몽고에서의 생활은 어땠느냐는 질문에 대해 장 원장은 “주위에 개인 또는 단체로 후원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 생활하는데 어려움은 별로 없었지만 언어소통 문제 때문에 처음에는 고생이 많았다”고 말했다.
장 원장은 지난 94년 10월 연세의료원의 후원으로 건립된 몽골 연세친선병원(몽골의 수도 인 울란바타르 소재)에서 치과진료를 도맡아 했다. 장 원장이 몽골에 갔을 때만 해도 병원에는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등 4개 진료과와 임상검사실, X-레이실, 초음파실 정도만이 갖춰진 상태였다.
장 원장은 몽골에 가자마자 병원 내에 치과를 새롭게 개설했다. 장 원장은 치과 개설과 관련, “95년 8월 15일 치과개설 연월일을 결코 잊을 수 없다”면서 “한국에서 10년간 사용한 장비들이 여기선 최신식 장비를 갖춘 치과로 탄생한 것”이라며 잠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한번은 장 원장이 몽골의 지방에 이동진료를 나갔을 때 일이었다. 보통 환자들이 마취없이 치료받는 경우도 허다하고 그나마 마취주사도 치과용이 아닌 근육마취용 주사기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다고 했다.
“몽골인 상당수가 어금니 없이 앞니로만 음식을 씹는 사람들이 많아요. 신경치료로 해결할 수 있는 것도 몽골인들은 발치로 대부분 해결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환자들이 아직 신경치료에 대한 의문점을 많이들 가지고 있어 이해시킬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간혹 언쟁이 오고갈 때도 있습니다.”
몽골에서는 치과재료의 부족으로 인해 보철의 경우도 가의치 수준이라고 장 원장은 안타까워했다.
장 원장은 최근 연세의료원에서 몽골선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몽골 국립의대와 자매결연을 맺고 매년 몽골 국립의대의 교수 및 의사, 치과의사들을 한국으로 불러들여 3개월에서 6개월 과정의 한국연수를 시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반가워했다.
장 원장이 한국에 돌아옴에 따라 현재 몽골 연세친선병원 치과에는 한국인 치과의사가 없다. 장 원장이 처음 몽골에 갈 때에는 연세치대 후배동문이 국제협력단 소속 군의관 복무 대신으로 동행, 치과 운영에 별 문제가 없었는데 장 원장이 한국에 돌아온 뒤 지금은 몽골 치과의사들만이 치과를 지키고 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장 원장은 “현재 몽골 연세친선병원이 입원실 등 병원 규모의 확대를 꾀하고 있다”면서 “그 때를 대비, 언제든지 다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장 원장은 지난해 12월 몽골에서의 봉사활동 공로로 연세치대 동창회로부터 ‘자랑스런 연아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장 원장은 후배의 치과를 잠시 맡아 운영하고 있다. 장 원장은 “6년간 배우지 못한 치과 관련 정보도 습득하고 집을 장만하느라 빌린 대출금도 빨리 갚아야 한다”며 웃어 보였다.
장 원장은 한국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듯 치과진료에 오늘도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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