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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옹치과
김석연(본지 집필위원)

관리자 기자  2002.06.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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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에게 강요된 화두 중의 하나가 변화이다. “변하지 않으면 살아 남을 수 없다”라는 명제 하에 모두 시대의 흐름에 쫓겨 정신없이 달려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는 혼란과 고통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빠른 생활과 도시화는 우리의 생활을 더욱 바쁘고 복잡하게 변화시켰고, 이러한 것이 반드시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인식 또한 높아지고 있다. 우리 치과계도 시대의 흐름 탓인지 변화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하여 모두들 정신없이 달려가고 있다. 최신 치과경영학, 치과교정술, 임프란트, 보철, 치아미백술 등을 배우느라 모두들 바쁘고 그 와중에도 골프도 쳐야하고, 그야말로 정신없이 살아간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도 임프란트와 교정술등 소위 치과경영에 도움이 된다는 노른자위 분야와는 담을 쌓고 전통적인 치료에만 전념하며 편안히 살아가는 옹치과 선생도 많다. 치료를 원하는 환자에게 자기가 할 수 있는 치료 술식으로 치료를 하면서 편안히 살아간다. 많은 환자를 치료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원하는 치료를 꼼꼼히 치료하며 느리게 살아간다. 꼼꼼히 치료를 하다보니 신환은 20일 후에나 예약이 가능하고 기다리다 지친 신환은 다른 치과로 가도 별로 개의치 않고 살아간다. 옹치과 선생의 차는 르망급을 아직도 가지고 있으나, 대개는 걸어다니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후배치과의사들이 “선생님도 임프란트도 배우시고 교정도 배우시지 그러세요? 지금처럼 진료하시다보면 언젠가는 시설면이나 치료면에서 낙후되어 경영이 어려워지지 않을까요? ”라고 걱정스럽게 물으면 옹치과 선생은 언제나 편안하게 웃으며 “나는 내가 지금 치료하는 분야만 해도 공부할 것이 많아서 임프란트 등 새로운 분야를 공부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세월이 흘러 나의 치료 술식이 더 이상 필요치 않은 때가 온다면 나는 내가 가진 치료 술식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낙후된 도서벽지나 다른 후진국에서 진료할 것이다”라고 대답한다. 더욱 편하게 더욱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사회에서 시대의 흐름에 역행해 가는 듯이 살아가는 옹치과 선생도 대책없이 옹치과를 하다가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다 현대조류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져간 종로서적처럼 되기 쉽다. 옹치과 의원을 경영하며 편안히 살아가는 옹선생은 대개 충성스러운 환자(마니아급)를 확실히 확보하고 있다. 마니아급 환자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은 전통적인 치료는 확실히 잘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말감이나 인레이를 하나 하더라도 환자에게 편안하게 몇 십년을 갈 수 있게 한다. 또한 환자를 금전에 구애되지 않고 열심히 보는 노력이 환자에게 믿음으로 전해진다. 모두들 자신을 잃어버리고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 치과의사들에게도 “원칙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라고 깨우쳐 주는 옹치과는 아직도 우리 주위에서 조용히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