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과학·기술 교류 앞장
유학생 대상 한국문화 알려
지난 7월 14일은 프랑스 혁명기념일. 프랑스 본국 뿐만 아니라 프랑스 한국 대사관에서도 이를 기념하는 행사가 성대하게 열렸다. 고대 안암병원 徐奎源(서규원) 교수를 처음 만난 지난 15일 점심시간 徐교수가 “어제가 무슨 날이었는지 아느냐?”고 처음으로 묻는 질문에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날이 프랑스 혁명기념일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한국인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될지.
지난 2001년 12월 1일 한불문화협회 정기 이사회에서 임기 2년의 신임회장으로 선출돼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徐교수는 그날 프랑스 대사관이 주관하는 혁명기념일 행사장에 자리하고 있었다.
한국전쟁 이후 재건의 몸부림이 한참이던 1955년 6월 15일 한불회원 200여명이 모여 창립된 한불문화협회가 모태가 돼 1976년 9월 1일 프랑스 정부 장학생들의 친목단체인 한불교류인협회의 설립취지를 계승해 다시 탄생한 한불문화협회는 회원 상호간의 친목도모와 한국과 프랑스 양국간의 문화, 과학 및 기술 교류 증진에 기여하는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徐교수가 한불문화협회에 가입한 것은 군 전역후 74년부터 80년까지 파리 제5대학에서 프랑스 정부장학금을 받아 학위를 마치고 귀국하면서였다고.
치과의사로는 드물게 군대에서 불어를 공부한 것이 인연이돼 프랑스 정부장학금으로 유학을 다녀왔고 그곳에서 프랑스인들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깊은 열정과 애착을 느꼈다는 徐교수는 한때 한불의사협회에서 부회장도 역임하는 등 활동하다가 모임이 해체되면서 한불문화협회에 깊은 애정을 갖고 참여해 오고 있다. 그는 협회에서 부회장, 협회 뉴스레터 편집인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현재 한불문화협회에는 정치인, 음악인, 미술인, 대학 교수 등 다방면에 활동하고 있는, 프랑스와 인연이 많은 1000여명이 가입돼 있으며 프랑스 문화에 관련된 행사를 적극 홍보하고 지원·참여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프랑스와 관련된 민간단체는 한불정치학회, 미술인 모임, 교사학회 등 10여개가 돼지만 한불문화협회의 회원범위가 가장 넓다고 볼 수 있고 특히 여성 회원이 많은 편이라고.
한불문화협회는 徐교수가 회장을 맡으면서 문화활동 부분에 대한 지원을 더욱 강화시켰다. 지난 3월 8일부터 16일까지 통영시민회관에서 열린 2002년 통영국제음악제, 수원에서 열린 무용단 공연, 7월 11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부천영화제 등을 회원들과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려주는데 앞장서고 회원들끼리 참가해 잠시 프랑스 문화에 심취하는 시간도 가져본다.
또한 이 협회는 한국에 와 있는 프랑스 유학생들을 위해 경기도 화성 탐방 등 문화기행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문화를 그들에게 알리는데에도 앞장서고 있다. 徐회장은 문화교류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민간대화체로서 교류를 정례화 하려고 만들어진 한불포럼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사람들은 흔히 문화가 상당히 중요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데도 필요하다고 다들 얘기하지만 말로만 그렇지 실제 문화활동력은 떨어지는게 사실입니다. 치과에서도 임상을 위해는 기초가 중요하다고 외치는 것과 똑같은 경우지요. 문화에 더욱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졌으면 합니다.”
徐교수가 일주일에 몇차례 프랑스 문화원과 대사관 등을 방문해 관계자들을 만나 정보와 의견을 교환하기도 하고 이사회를 주관하고 회원들 행사에 신경쓰는 등 협회 활동에 열성적인 이유를 알 수 있다.
그가 프랑스 유학시절도 경험했듯이 프랑스 정부는 한국 유학생들에게 주말과 방학기간을 이용해 프로그램을 마련해 자국의 문화알리기에 정책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비해 한국에 와 있는 유학생들이 한국말을 제대로 배우려고 하지 않고 배울 기회도 적다며 “한국을 제대로 알리고 가깝게 하려면 ‘문화’가 매개체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불문화협회에 대한 徐교수의 열정은 1년에 한번씩 발간되는 협회 뉴스레터에 실린 그의 글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재불시절에 반가운 사람들과의 대화는 즐거움과 훈훈한 정을 주고 받는 순간들이다. 만남 자체가 기쁨이었다고….”
그는 권두언 마지막글에서 “모두들 관심을 가지고 외국인에게 우리 문화의 일면을 보여주는 좋은 순간을 위해 많은 분들의 참여로 우리문화를 소개하는 한불문화교류의 날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불문화협회 회원은 프랑스에서 유학해 일정기간동안의 학업 또는 연구를 마치고 수료 또는 졸업한 이들에게 문호가 열려 있으며 유럽통합과 아시아 문화를 서로 이해하고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무실은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위치하고 있으며 전화번호는 742-3937번이다.
이윤복 기자 bok@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