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주와 30년, 인생의 아름다움 만끽
와인잔 부딪히며 맛본 붉은 향취 ‘최고’
중세풍의 샹제리아가 걸려 있는 고즈넉한 분위기의 레스토랑. 魚秀喆(어수철·서울치대 56년 졸) 박사가 앉아있는 자리에 61년산 와인이 건네졌다. 魚 박사는 와인을 조심스레 관찰하며 지난 61년 자신이 치의학 공부를 위해 스위스에 처음 발을 내딛을 때를 생각하며 회상에 잠겨본다. 魚 박사는 이렇듯 와인의 제작연도를 통해 그 해 있었던 자신의 역사를 기억하고, 지난 세월을 읊조리며 와인의 정취를 맛본다.
와인을 즐기고, 향을 만끽하며 그 향기가 좋아 시작된 魚 박사와 와인과의 인연은 이제 30여년에 이른다.
魚 박사는 와인이 사랑하는 연인이나 다정한 친구들, 또 귀한 사람들과 식사할 때 분위기를 더욱 풍요롭게 해 주는 것은 바로 와인의 감미로운 붉은 색과 매혹적인 향기, 입안에 감도는 특유한 맛 그리고 숨쉬는 와인의 고향과 성숙한 나이를 기억하게 하는 것들이라며 와인 예찬을 이어갔다.
지난 58년 치의학 박사과정을 밟기 위해 독일에 건너간 魚 박사는 학위를 마친 후 61년 스위스 베른 치과대학에서 후진양성과 진료를 병행하며 10년간 이국생활에 접어들었다.
양식을 먹으며 식사와 함께 와인을 곁들여 마시는 스위스 사람들의 식생활에 따라 魚 박사도 와인의 맛에 점점 길들여지며, 와인의 향이 몸에 배임과 동시에 와인에 대한 관심도 날로 커져갔다.
魚 박사는 스위스에서 사귄 외국인들과 파리를 드나들면서 자연스럽게 알게된 외국인들 덕분에 여러 종류의 와인을 알게 되었고, 그들의 파티에 초대되어 술문화와 음식문화를 경험하면서 와인에 대한 상식도 점점 키워나가다 보니 어느새 30여년이라는 세월을 와인과 함께 살아오게 됐다고 말한다.
魚 박사는 와인의 세계가 드넓은 바다와 같아 다 알기는 어렵다며 겸허하게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그는 4년전 와인의 세계를 더 실제적으로 접하기 위해 프랑스 보르곤느(Bourgogene)지방의 포도밭에 직접 찾아간 적도 있다. 보르곤느 지방은 적포도주인 ‘피노 느와르(Pinot noir)’나 ’까메이(Gamay)와 함께 백포도주 ‘샤르도네이(chardonnay)’가 유명한 지역이다. 魚 박사는 포도의 생산에서 숙성과정에 이르기까지 제조과정을 지켜보며 와인의 깊은 맛에 심취해보기도 했다.
魚 박사는 포도박물관에서 알고싶은 와인의 모든 정보를 얻을 뿐만 아니라, 특히 영어, 독어, 프랑스어 원서로 쓰여진 와인에 관한 서적을 쉼 없이 읽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와인 이야기를 즐기고, 와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거나 와인을 아는 사람과 같이하는 자리는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그는 병원에서 와인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외국인들의 진료가 있을 때, 그들의 와인에 대한 설명에 귀를 쫑긋한다.
魚 박사는 그가 경험하는 와인의 맛을 모두 기억한다. 그리고 다음에 다시 와인을 마실 기회가 오면 그 와인의 맛을 확인하는 습관을 기른다. 그는 평균 이틀에 한번 꼴로 와인을 마시며, 그의 집에는 와인을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며 60병 정도 보관할 수 있는 셀러(Celler)가 있다.
와인은 숨을 쉰다고 한다. 코르크 마개를 통해 바깥세상과 교감하며 와인은 숨쉬고 있다는 것이 魚 박사의 설명이다. 그는 자신의 와인에 대한 교감을 일반인들과 교류하기 위해 한국와인클럽의 문을 두드렸다. 그곳에서 2년간 활동하면서 세계 각국 와인을 맛보며 새로운 와인에 대한 식견을 넓히기도 했다.
그는 와인이 우리에게 일상적인 음식이 아니고, 우리가 서구 음식을 접하는 기회가 적은 만큼 와인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는 또 와인은 술이 아니라 음식이라며 와인을 절대 과음하지 말고, 절도를 지켜 마셔야 우리 몸에도 유익하다고 말한다.
와인을 마실 줄 안다는 것은 인생의 아름다움을 알 수 있는 사람이란 것이 魚 박사의 지론이며 와인을 즐길 줄 알면 생각이 긍정적으로 변해 인생이 바뀔 수 있다고 한다.
오랜만에 그리워하던 사람을 만나 와인 잔을 함께 부딪히며 와인의 붉은 향취를 맛볼 때의 그 행복감이 좋아 魚 박사는 와인과의 인생 인연을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김상구 기자 ksanggu@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