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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애증이 詩心의 바다
시인 치과의사 안계복 원장

관리자 기자  2002.08.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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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러 있어라 그냥 꽃이 좋아 이 꽃 저 꽃에 앉아 보았습니다 지친 날개 쉬려고 우연히 주저 앉은 주꽃 향기에 놀라고 품이 너무 좋아 그대로 이 자리에 잠이 들고 싶습니다 푸득임이 없는 이 평화 속에… 女人이여 내 마음에만 머물러 있어라 - 안계복 시집 "꽃의 쇠" 중에서 -
지난해 아동문학연구 문학상 동시부문 당선으로 등단 진료 틈틈 작품 활동 꾸준… 시집 ‘꽃의 죄’ 펴내 “말하는 것보다 글을 쓰는 게 편한 것 같아요.” 본인 스스로 글자 중독에 빠져버렸다고 고백하는 安啓福(안계복·경기 부천시 안치과의원) 원장은 이젠 하루라도 책을 놓을 수 없다며 웃어 보인다. 安 원장의 치과에 기자가 방문했을 때도 安 원장은 역시나 책을 끼고 있었다. 이러한 安 원장의 독서습관은 자연스레 글을 쓰는데도 친숙했다. “글을 써야겠다고 어떤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어느 날 우연히 아내에게 사랑의 시를 써서 보여주게 됐는데 아내가 무척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한 편, 두 편 쓰다보니 시집까지 내게 됐습니다.” 지난 2000년 7월 이렇게 첫 시집인 ‘꽃의 죄(도서출판 아름다운 삶)’가 탄생했다. 安 원장은 이 시집에서 머릿글 대신 서시를 통해 ‘가슴속에 담고 있는 생각은 심심한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지 않더라도 이미 나의 말이다’라고 적고 있다. 실제 安 원장은 시를 쓰기 위해 체계적으로 배운 바도 없다. 지금도 여러 문학회 활동을 하면서 회원들끼리 서로 조언해 주는 정도가 전부다. 安 원장의 첫 시집을 시평한 金大圭(김대규·안양대 교수) 시인은 “일반적인 서정시류보다는 자신의 인생체험이 깊이 스민 작시에서 개성적인 면모가 부각된다”고 평하면서 ‘사람’과 ‘글’이 잘 어우러지는 인간시인으로 거듭나기를 당부하기도 했다. 또 김성자 시인은 安 원장의 시는 잘 읽혀지고 곧 잊혀지는 시가 아니라 잘 읽혀지고 가슴에 남는 시라고 평했다. 安 원장은 최근 들어 일반시 외에 동시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安 원장이 정식으로 문단에 이름을 올린 것도 동시를 통해서였다. 지난해 제30회 ‘아동문학연구’ 문학상 동시부문에서 ‘보름달이 뜨면’ 외 3편으로 당선, 등단했다. “제 생각에 동시는 덜 자란 글이 아니고 덜 잃어버린 글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또 어린 날의 그리운 추억을 떠올리는 것도 매력적이고요.” 요즘 그는 동시와 시조를 결합한 형식인 동시조도 연구하고 있다. 安 원장은 이미 청탁받은 것들이라며 수십 편의 동시조를 보이며 쑥스러워 했다. 그 모습이 꼭 어린 아이 모습 그대로였다. 특히 ‘아기별’이란 동시조는 묘사의 진수를 보는 듯 했다. 햇님이 두고 갔나 / 수박같이 둥근달 // 구름 가족 지나 가다 / 야금 야금 베어 먹고 // 하늘에 / 씨를 뿌려서 / 아기별로 총총총 安 원장은 내년 중에 개인 동시집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벌써 동시집 한 권을 낼 정도의 작품량은 충분하지만 더욱 많은 작품 중에서 고르고 골라 좋은 동시들로 채우고 싶다고 했다. “일부 문인 중에 등단하고 난 뒤 작품의 질이 좋지 않아 고민하는 분들을 보면서 느낀 게 많았습니다. 등단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후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安 원장이 시상을 떠올리며 시를 짓는 장소는 다름 아닌 치과 내 2평 남짓한 원장실이다. 경기도 부천의 아파트 상가에 위치한 안치과는 큰 병원과 달리 예약 환자가 많지 않은 편이라고 했다. 환자가 방문하는 데로 진료하는 경우가 많아 환자가 없는 공백의 시간동안 安 원장은 주로 독서를 하거나 시를 짓는다. 安 원장이 쓴 대부분의 시가 이 곳에서 완성됐다고 安 원장은 귓뜸했다. “시상을 떠올리기 위해 여행을 가거나 외출은 별로 안 해요. 몸은 원장실에 있지만 마음은 늘 밖에 있는 셈이지요. 항상 상상 속에 머물러 있거든요.” 安 원장은 치과진료를 통해 시상을 얻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安 원장이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부가 있다. 어느 날 부부가 치과를 찾아와 두 분 다 금니를 할 참이었다. 먼저 부인에게 제일 좋은 금니를 하기로 한 뒤 남편 차례가 되자 남편은 갑자기 진료 후 같이 가자는 부인을 극구 먼저 집으로 돌려보냈다. 부인이 치과를 나서자 남편은 금니 말고 더 싼 것을 해달라고 했다. 安 원장은 진료 후 바로 그 부부의 사랑을 시폭에 그대로 담았다고 했다. 安 원장은 순간순간 떠오르는 시상을 바로 메모한다. 그리고 시로 승화시킨다. 잘 될 때는 일주일에 무려 20여편의 시를 지은 적도 있다고 했다. 반면 6개월 동안 한 편도 못 쓴 적도 있었다. 매일 安 원장은 1시간 이상 독서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거의가 고전이다. 톨스토이, 셰익스피어, 도스토예프스키 등 옛 문인들의 글들을 소가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