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료계 안팎이 조용할 날이 없다. 지난 8일 열린 의료발전특별위원회(이하 의발특위)에서는 의료인 단체간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주요 의제는 의대 입학정원 10% 감축안과 의대 인증평가제였다. 문제는 의제에 치대 입학정원 감축안이나 간호인력수급 문제 등은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의발특위가 의료계 전체의 발전을 위한 특위가 아닌 의사협회의 발전만을 위한 특위로 비춰져 감에 따라 이해 관계가 얽혀 있는 치협을 비롯 간호협회 등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치협 鄭在奎(정재규) 협회장은 이날 치대 입학정원 문제도 의발특위 의제로 다뤄져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나섰으며 간호협회장도 간호 인력문제 역시 같이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간호협회장은 이 특위가 의사발전특위냐고 쏘아 붙이기도 했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가. 왜 의료인 단체간의 불협화음이 노출되는가. 그것은 의협의 독단적 행동들이 다른 의료인단체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이유있는 해답같다. 의발특위의 의료인력전문위원회의 위원 20명 중 12명이 의사이며 치과의사는 1명이라는 인적 구성도 문제이지만 이를 악용하여 다른 단체의 시급한 문제를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자신들의 문제만을 의제로 올리는 양식없는 행태가 다른 의료인단체들의 분노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특히 의료인력전문위 위원 대부분은 8차례의 회의를 거듭하는 동안 치대 인력감축도 올리자는 치협 대표 위원의 요구에 의치대는 함께 가야한다고 안심시켰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와서 치과인력 과잉은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발특위 안건에 상정조차 하지 못하게 한 것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여기서 왜 의협 대표 위원들이 이런 행태를 보였는지 이해할 필요는 있다. 그들은 지난번 요양급여협의회 위원장 자리를 놓고 치협 회장과 경합을 벌인 끝에 패배한 설욕을 이곳에서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만일 그렇다면 매우 실망스럽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설혹 그런 이유가 아니라면 무엇 때문에 다른 단체의 분노를 사면서까지 무리하게 자신들의 실속만 차리겠다고 나서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의협은 먼저 자신들의 이러한 발상과 행동으로 인해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 할 동료 의료인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의약분업으로 약사단체와 격돌하고 진료권 문제로 한의협과 부딪치고 이제와서 이런 어처구니 없는 문제로 치협과 대립한다면 어느 단체도 의협의 편에 서서 이해하고 동참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다른 의료인 단체와 자신의 영역문제로 부닥치더라도 좀 더 대승적인 차원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 양보점을 찾음으로써 상생의 길로 가야 하는 것이다. 내 자리가 불편하면 상대 자리도 불편하다는 인식을 먼저 해야 하는 것이다.
앞으로 의료시장도 개방되는 마당에 언제까지 우물안에서 다투려만 하는가. 의료인 단체가 뭉쳐서 함께 상생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이 시점에 진정으로 의료발전을 위한 자리에서 숫적 우위를 내세워 나만을 고집한다면 의협 자신이 의료인 사회에서 고립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지난번 요양급여협의회 위원장 자리를 연거푸 치협에 넘겨주어야 했던 이유 이면에는 의협의 독단적인 행태가 가장 큰 이유였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