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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묵 월요칼럼]의학의 옛날것의 새로움

관리자 기자  2004.08.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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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사를 통틀어서 2,500년전 희포크라테스 시대만큼 생물학, 의학, 사회학, 환경학등의 상호연관성에 대해 폭 넓고 진지하게 다루어진 시대는 없었다. 현대의학이란 단지 히포크라테스 저서에서 몇 가지 해설을 달고 그것을 완성하고자 하는 손질에 불과할 뿐이다.”


르네두보(Reme Dubos)는 현대의학의 지나친 자만심과 독선에 대해 이렇게 꼬집고 있다. 이미 그 시대에 히포크라테스는 지금 우리들의 인간생태계에서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공기, 물, 음식, 지형, 일상 생활습관 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개인의 행복이 이 같은 환경적 요소에 어떻게 영향을 받고 있는가에 관심을 두었고 의료행위의 근본은 바로 이런 요소들의 급격한 변화 때문에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과정이 바로 의료의 본질이라 주장했다.


또한 문자가 없었던 원시시대에는 질병치료 과정은 영적(靈的)세계와 관련된 의식(儀式)형태의 샤머니즘이 주류였다. 그때 샤머니즘이 인간의 질병을 바라보는 시각은 모든 질병은 우주적 질서파괴와 부조화 때문에 일어난다고 믿었고 질병은 부도덕한 행위에 대한 신(神)이 내린 징벌이라 생각했다.


현대 서양의학에서 병의 원인은 신체의 생물학적 구조와 생리학적 기전 즉, 세균이나 생리장애 같은 과학적인 증상으로 찾으려 하는 것에 반해 고대 샤머니즘은 병의 발생을 주로 환자의 사회적, 문화적 맥락에서 찾으려고 노력했다는 점이 흥미로운 일이다. 샤머니즘적 의료행위의 특징은 무의식속에 잠재되어 있는 갈등과 억압된 심리를 표면의식의 차원으로 끌어내어 자유롭게 전개시켜 줌으로써 치료기능을 하려는 노력이었다.


이것은 바로 현대정신요법에서 볼 수 있는 집단 무의식, 사이코 드라마, 꿈의 해석, 암시, 최면, 환각요법 등과 매우 유사했다는 점이다. 인간의 존재를 철저하게 사회적 차원에서 이해하려는 샤머니즘의 견해는 현대의학에서 새롭게 인식되고 있는 인간소외로부터 ‘사람찾기’를 근본으로 하는 미래의학이 지향하려는 정신과 일치하는 점이 발견된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시대는 한나라(B.C 206~A.D 220)때 꽃을 피우기 시작한 중국 고대의학의 정신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의학의 고전인 내경(內徑)에 의하면 인체의 각 기관을 하나의 소우주로 생각하고 각 부분에는 음(陰)과 陽(양)의 성질이 있어 그 양극 사이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역동적인 균형상태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건강은 이 거대한 전체 질서와 균형을 이룰 때이며 질병은 개인적인 사회적인 불균형, 부조화로 인해서 생겨난다는 것이다. 우주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신체기관도 기(氣)로 불리우는 연속적이고 다양하고 상호의존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흐름이 있다는 것이며 이러한 기(氣)는 특정한 물질의 흐름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한 조직체와 그것을 둘러싼 환경 사이에 연속적으로 순환하는 흐름의 원칙을 말한다. 고대 동양의학에서는 질병은 외부로부터 침입하는 나쁜 병균의 영향이 아니라 기(氣)가 적절히 순화하지 못할 때 육체가 조화를 상실하고 불균형을 일으키는 원인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동양의학의 궁극적인 목표는 개개인의 주위환경에 최대한으로 적응해야하며 환자자신의 적극적인 역할을 중요시하여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개인자신의 책임이며 사회적 규율에 따라 생활하면서 능률적으로 자기 몸을 관리함으로써 건강유지가 가능해진다는 원리를 주장한다.


현대의학의 정신으로 분석하면 예방치료가 최우선이라는 뜻으로 풀이 될 수 있다. 서양의 문화는 갈릴레오, 데카르트, 뉴우톤 같은 논리적 지식, 객관성, 양(量)적인 것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인간의 가치와 체험을 철저히 무시하는 인간 소외주의로 흘러버린 경향이 있었는가하면 반대로 주관적 지식을 높이 평가 해주는 동양의학의 특징은 오히려 지금 시대에 와서 서양이 배워야하고 추구해야 할 새로운 방향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여기서 히포크라테스의 자연 환경론적인 주장과 원시시대의 샤머니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