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의 일이다. 우리 막내 스탭이 저에게 와서는 “선생님 한 아주머니가 어금니가 다 썩고 냄새도 심하게 나는데 떨어진 크라운을 갖고 와서 무조건 붙여 달라고 말씀하시는데 그냥 붙이면 안된다고 말씀드리고 선생님도 말씀하시는데 말이 도통 통하지 않아요. 어떻하면 좋아요. 그냥 붙여 드려요?”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일단 어떤 상태인지 제가 직접 보기 위해서 그 환자분에게 갔다. 상태는 가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온 입안에 불량 보철물로 가득했고, 한쪽은 어금니가 없이 그냥 생활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분이 왜 막무가내로 말씀하시는가에 대해 일단 다시한번 경청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됐다.
결론은 지금 돈이 없기 때문에 다시 해 넣어야 하는 것은 알지만 당장은 할 수 없기 때문에 일단 붙여달라는 요지였다. 이에 대해서 환자분은 완강하시기 때문에 일단 금방 떨어질 수 있음을 강조하고, 붙여 드리겠다는 약조를 한 후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붙여주지 않겠다는 말 때문에 다른 말을 할 여지도 없었으나 약조를 한 후는 한층 누그러진 자세였다. 따라서 일단 제가 어머님의 상태가 너무 심각하고, 가슴이 아파서 비용은 걱정하지 마시고, 사진 그냥 찍어 드릴테니까 상태라도 구체적으로 보자고 얘기했다. 그리고, 당장하지 않더라도 어떠한 상태인지를 아는 것은 어머님에게 중요함을 강조했다.
결국 어머님은 사진을 찍었고, 어떻게 하는 것이 어머님에게 좋은지를 간단히 설명하고, 댁으로 돌아가셨다. 이틀 뒤 예쁘게 화장을 하고 나타나신 어머님은 자신의 형편을 설명하면서 치료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은지 구체적으로 상담을 하려고 오셨고, 기분 좋게 상담을 하고 돌아가셨다.
자 여러분의 병원의 경우에도 위와같이 막무가내식으로 떨어진 보철물을 갖고 붙여달라고 오시는 환자분들이 종종 있을 것이다. 그럼 이럴 때 우리는 어떠한 원칙으로 환자를 대하는 것이 좋을까요?
첫째로, 환자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어야 한다.
둘째로, 그리고 나서 본인의 구강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부담이 가지 않는 선에서 판단할 수 있도록 한다. 다시말하면 비용에 대한 부담과 당장 병원에서 하라고 하지 않을까 하는 부담 때문에 아예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그런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서 서비스로 방사선 촬영을 해 주는 순발력을 발휘하라.
셋째로, 환자의 처지와 상황을 적극적으로 공감하고, 경청하면서, 치료를 어떻게/ 어떠한 방법으로 할 수 있는지 다양하게 제시하고, 함께 고민하려는 적극적이고, 가족같은 마음을 보여 주여야 한다.
넷째로, 바로 결정을 유도하지 마라. 결정은 환자가 하기 때문이다. 대신에 환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간단하고, 단순하게 설명해서 어떻게 결정하는 것이 좋은지 도와주면 된다.
이러한 네가지 원칙을 토대로 환자를 대한다면 아마도 당장 결정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 병원을 잊지 않고 찾아 올 것이라고 생각된다.
신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