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의 일이다.
그 당시 나는 검진센터내에 있는 치과의원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60대 중반의 할아버지 한분이 내원하셨다. 그전에도 가끔씩 치주염으로 진료를 받곤하셨는데 그날은 치주염이 아니라 입안에 이상한 것이 생기셨다며 원장님이 진료하기도 전에 데스크에서 나에게 보여주셨다.
그분은 하악대구치 부분이 결손되었고 그 부분에 폴립같은 것이 생긴것이어서 난 대수롭지않게 생각하였고 잠시 기다리라고 말씀드렸다.
잠시 후 원장님의 진료가 시작됐다. 그런데 원장님은 심각한 표정이셨다. 자세히보니 염증의 색도 약간 검푸르고 딱딱한 것이 대부분 단순한 염증일수도 있으나 만에하나 암일 수도 있으니 대학병원에서 조직검사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걱정스런 얼굴로 그분은 그렇게 병원문을 나섰다. 그러나 환자분은 한달이 지나서야 검사를 받으셨고 암으로 판정됐으나 많이 전이가 된 상태였다.
그후 두달이 지났을까 그분의 부인되시는 분이 원장님을 찾아오셨다. 암으로 인해 얼굴이 많이 부었고 식사도 잘 못하시는데 수술을 거부하신다는 것이었다.
수술비용이 대략 5천만원이나 들어가는데 어렵게 사시는 당신의 자식들한테 부담주는 것이 싫고 또 앞으로 살날도 많지 않은데 수술하면 온전한 얼굴로 살수도 없는데 이대로 죽겠다고 하시는데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원장님이 설득을 해달라며 애원하셨다.
하지만 원장님의 설득도 거부하셨고 얼마 후 그분은 돌아가셨다는 연락이 왔다. 그 소식을 듣고 얼마나 환자가 가엾고 마음이 아프던지….
혹여 그 할아버지께 관심을 가지고 바로 구강검사결과를 확인했으면 조기에 치료를 받으실 수 있지 않았을까 나의 나태함을 한동안 자책했었다.
그 이후 나는 환자들의 구강상태를 더욱 더 세심히 살피게 되었고 한동안 구내염도 혹시 구강암이 아닐까 다시한번 확인했었다. 윤복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