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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시론]정세환 /경제자유구역법개정법률(안) 철회돼야

관리자 기자  2004.10.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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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국인진료·외국인투자기업 의료기관설립 허용은 절대 안된다 -


재정경제부는 지난 9월 10일에 인천, 부산진해,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의 외국인 투자촉진을 도모하고 개발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경제자유구역법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경제자유구역에서 외국인으로부터의 많은 투자유치로 경제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재경부의 입장에 시비를 걸 생각은 없다.


하지만, 투자유치에 실질적인 기여도가 얼마인지 조차 불분명한 ‘내국인진료 허용과 외국인투자기업의 의료기관설립 허용’이라는 조치가 국가 보건의료체계를 전면적으로 와해시킬 수 있는 위험성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내국인진료 허용’이란 경제자유구역내에서는 외국 의료인 면허를 가진 자가 우리국민에 대한 진료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것이고, ‘외국인투자기업의 의료기관설립 허용’이란 경제자유구역내에서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외국인투자기업까지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위의 조치에 의해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을 한번 가정해보겠다. 외국인 투자를 10%가량 확보한 국내 굴지의 모기업이 외국의 유명 치과병원과 제휴를 맺고, 인천 경제자유구역에 치과병원을 개설한다. 이 치과병원은 영리가 목적이므로 외국인에 대한 진료보다는 우리국민에 대한 진료가 보다 큰 이윤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에 외국 면허증을 소지한 한국어에 능통한 치과의사를 고용하고, 최고 진료를 내세우며 대대적인 홍보를 전개한다. 외국의 유명 치과병원의 명성에 이끌린 서울 인천 경기지역 주민들이 이들 치과병원을 찾는다.


이 치과병원은 건강보험요양기관지정을 받지 않았으므로, 모든 진료가 보험적용을 받지 않으며 매우 고가의 진료비를 요구할 수 있어서 큰 이윤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정보를 입수한 또다른 국내의 기업이 10%의 외국인투자를 유치해서 또다른 외국의 유명 치과병원과 제휴를 맺고 치과병원사업에 뛰어든다.


그런데, 이들 치과병원은 외국의 유명 치과병원과 제휴를 맺기는 했으나 실질적인 협력관계에 놓여 있지 않았고, 외국 면허증을 지닌 치과의사는 국내 치과의사에 비해 진료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거나 오히려 낮은 정도였으며, 제공된 의료서비스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진료비가 책정됐다면.
경제자유구역에서의 의료행위가 더 이상 해당 지역에 국한된 문제로만 남지 않게 된다는 사실은 위의 가정에서 보듯이 너무도 자명하다.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는 이런 중요한 사안들을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보건복지부가 아닌 재경부에서 단순히 투자유치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결정했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보건정책에 대한 현정부의 태도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의 무책임과 무능에 대해서는 한심함마저 느껴진다.


정부는 치협을 비롯한 전체 보건의료계와 대다수 시민사회단체에서 반대하는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이번 개정(안)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치과계는 이번 개정(안)의 부당성에 대해 널리 알려내고 한목소리로 일관되게 철회를 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