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여름날의 오후…. 60대 초반의 남성 신환분이 내원하셨다.
우리 치과의원에 내원하시기 전에 이미 다른 치과에 가서 알아보고 오셨다며, 이가 흔들려서 상담하시겠다고 한다.
치아가 얼마나 상하셨는지 사진으로 확인해야한다는 양해를 구하고, 원장님의 지시에 따라 예진에 들어가기 전 먼저, 흔들리는 치아의 X-ray를 찍기위해 막내스탭과 함께 방사선실로 들어가셨다.
잠시후... 방사선실에서 언성이 높아진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SOS를 요청하는 눈빛을 날리며 막내스탭이 달려오더니, 환자분이 X-ray 찍는게 아프시다고 막 화를 내시더란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우리 치과는 디지털 X-ray 기계이다. 잘 구부러지는 필름이 아니라,딱딱한 디지털 센서를 이용하기 때문에 좀 아프실거라고 미리 양해를 구하고 시작했어야하는데, 그러질 못했던 것 같다.
재빨리 쫓아가서 디지털센서를 이해시켜드리고 다시 시도했으나 이미 화가 많이 나신 환자분께서는 “아파죽겠다. 흔들리는데 왜 찍어야하냐. 번갈아가면서 사람 귀찮게 한다” 등등….
노발대발하시며 “나 갈래”라는 냉정한 말씀을 남기시고 병원문을 나가셨다.
스탭들 모두 어이없고 마음 상했지만, 우리에게도 잘못이 있기에 사건의 발단과 원인을 분석하며 반성하고 있던중에 그 환자분의 전화가 걸려왔다.
아직도 분이 덜 풀리셨던지 원장님과 통화하시겠다고 한다. 원장님과의 통화후…. 환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원장님의 꾸중이 있었고, 몇시간 후에 그 환자분께서 다시 내원하셨다.
차선책으로 고통이 덜한 파노라마 사진을 찍어서 컴퓨터 모니터에 띄우고 원장님께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아주 친절하고 자상하게 치료계획을 상담해드렸다.
디지털화된 최신식 진료 시스템과 원장님 및 스탭들의 친절이 맘에 드셨던지, 노여움을 푸신 환자분께서는 “내가 성질이 원래 좀 못돼서 그래. 자네들이 이해하라구. 미안혀” 하시며 다음 치료를 예약하시고 가셨다.
요즘 그 환자분께서는 흔들리는 치아를 다뽑고, 틀니하실 날을 기다리고 계시는 중이시다. 지금은 충성고객이 돼 직장동료분도 소개시켜주시고 우리 치과가 최고라며 여기저기 입소문내고 계신다며 환하게 웃으신다.
그 일을 계기로 우리 스탭들은 치료전 충분한 설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한번 되새기게 되었고, 지금도 X-ray를 찍을때면 그 환자분 모습이 떠올라 디지털센서에 대해 열심히 설명해드리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김도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