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오마니 사진 한 장 얻었으니 이것으로 만족합니다.”
최광철 치협 부의장이 54년만에 북측에 남겨두고 온 셋째 누님을 중국에서 극적으로 상봉했다.
함경남도 북청 출신으로 2남 5녀(형은 일찍 세상을 떠남)의 막내였던 최 부의장은 지난 50년 6·25때, 어린 나이로 피난길에 올랐다가 가족들과 헤어져 사촌들과 함께 1·4 후퇴 때 월남했다.
“그 동안 가족들을 찾기 위해 해외에 있는 친지들에게 부탁도 해 봤고 이산가족을 찾는 TV 방송에 직접 나가기도 했어요, 족히 석 달이면 될 줄 알았던 피난길이 54년이나 흘러 버렸네요.”
최 부의장은 가족들과 헤어진 지 54년 만인 지난 7일에야 통일부 소속 이산가족 알선단체 대표의 주선으로 통일부에 합법적인 승인을 얻어, 중국 연길에서 북측 이산가족이던 누님을 상봉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처음엔 넷째, 다섯째 누이, 사촌들을 따라 피난선을 탔는데 너무 많은 인원이 타서 그런지 배가 요동치기만 하고 출항을 하지 못하는 거예요. 그러던 찰나 잠깐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깨어보니 누나들은 온데간데없고 사촌들만 보이는 거예요. 이미 배는 출항해 있었고요.”
너무 많은 인원 때문에 배가 출항하지 못하자 최 부의장이 잠든 사이 사람들 중 일부가 배 멀미 등으로 배에서 내렸고 이것이 가족들과 함께 하는 마지막이 돼 버린 것.
“누님이 불편해 하실까봐 식구들에 대한 것만 조심스레 여쭤봤어요. 부모님과 누님들 모두 돌아가시고 셋째 누님하고 넷째 누님만 생존해 계시 단 말씀을 들었어요. 부모님 기일도 언제인지 확인 했구요.”
남겨진 가족사진 한 장 없이 54년간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품어 왔던 최 부의장은 이번 만남 때 누님이 건네준 북측 가족과 친척들 사진을 신이 나서 소개하다 유독 낡고 빛 바랜 어머님 사진 한 장이 눈에 들어오자 이내 눈시울이 촉촉해졌다.
54년만에 사진을 통해서 본 살아생전 어머님의 모습이었다.
“이 사진 좀 봐요. 우리 오마니하고 내가 많이 닮았지요. 전 이 사진 한 장이면 만족합니다.”
북에 남겨진 가족들에게 행여 피해가 갈까 인터뷰 내내 조심스러워 하던 최 부의장은 “여건만 허락된 다면 다시 한번 누님을 만나 뵐 예정으로 그때까지 건강하게만 지내시길 바랄 뿐”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강은정 기자 human@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