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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관기 제45회 세계 치과대학생 학술발표 대회를 다녀와서 (上) 권혁제 (연세치대 치의학과 3학년)

관리자 기자  2004.10.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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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학생과 공유하는 소중한 기회”


대한치과의사협회에서 주관하고 Dentsply Korea에서 후원하는 제5회 전국 치과대학 학생학술경연대회(2003년 8월 29일)에서 대상을 수상해 미국치과의사협회에서 주최하는 제45회 세계 치과대학생 학술발표 대회(ADA/DENTSPLY Student Clinician Program)에 참가하게 됐다.
추석 연휴를 보낸 후 미국 플로리다주의 올랜도로 향하는 나의 마음은 떨림과 긴장, 그리고 기대로 가득했다. 한국의 치과대학생들을 대표해서 세계 치과대학생 학술발표 대회에 참여한다는 생각에 어깨가 무겁게 느껴졌지만, 한편으로는 자랑스러운 마음에 자신감이 솟았다.


전날 밤 설레는 마음으로 짐을 챙기다가 밤을 지새워서일까, 시차적응에 피곤해서일까, 비행기 안에서 꼼짝 않고 잠들어 버렸는데, 그 사이에 비행기는 바로 며칠 전까지 허리케인이 머물던 곳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조용하고 맑은 올랜도의 하늘을 가르며 착륙을 했다.
‘드디어 도착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비행기를 나서는데 마중을 나온 운전기사가 나를 먼저 발견했다. 그리고는 앞으로 나흘간의 행사가 열리는 디즈니월드 힐튼 호텔로 나를 데려다 주었다.
도착한 목요일 저녁에는 설레는 마음과 피곤한 몸에도 아랑곳 않고 혼자서 레스토랑을 찾아가서 근사한 저녁식사를 했다. 호텔에 돌아와서는 한국에서부터 돌돌 말아서 가져온 포스터를 펼치고 지난 일년간 준비해온 발표를 다시 한번 연습해 보았다. 그리고 내일 아침부터 시작되는 공식일정에서 벌어질 일들을 머릿속에 그려보면서 잠들었다.


금요일 아침, 초대장을 들고 아침식사 장소를 찾아갔다. 각 나라에서 온 학생들이 이미 나보다 먼저 도착해 있었다. 다들 처음 만나는 자리인데도 삼삼오오 모여서 즐겁게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입구에서 내 이름표와 학회기간 동안 필요한 서류들을 받아가지고는 들어섰지만 막상 아는 얼굴도 없고, 영어로 말을 하려니깐 말문이 막혀서 그만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러자 한 친구가 다가와서 악수를 청하면서 인사를 했고, 어느 새 세계 각국에서 온 치과대학생들과 인사를 나누게 됐다.
이곳에서 내가 만난 13개국의 학생들은 각자 자기 나라의 국내 대회에서 1등을 한 치과대학생 또는 치과대학 졸업생들이었다. 한국, 일본, 중국과 같이 국내대회 1등자들도 있었고, 유럽이나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학생들의 경우는 각국에서 1등을 한 학생들 간에 치러지는 본선을 다시 한번 거쳐서 뽑힌 학생들이었다. 보통은 나와 같은 학년이거나 몇 해 더 위였다.


이렇게 세계 각국에서 온 치과대학생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어떻게 보면 신기한 일이었지만, 재미있는 것은 각자가 말하는 자신의 치과대학 생활은 세계 어느 치과대학이라도 다 비슷한 모양이었다. 다들 학교 다니면서 공부하랴 환자 보랴 힘들다면서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렇게 어느새 우리는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친구들처럼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고 있었다.


내 나름대로는 대학교 들어와서 여행도 다니면서 여러 나라 사람들을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인도 등지에서 온 사람을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다들 공부도 잘하고 우수한 학생들이 뽑혀 와서인지, 함께 지내는 동안에 그들에게서 느낀 점도 많았다. 우선 다들 영어를 유창하게 했다. 각국 억양으로 구사하는 영어였고, 문법이 맞지 않은 경우도 있었지만, 그러한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또한 각자 남다른 꿈, 연구와 배움에 대한 열정이 있었다. 한 친구는 치과대학을 휴학하고 NIH의 연구소에서 장학금을 받으면서 암에 관한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다. 다른 친구는 영국에서 졸업을 하고 스위스의 대학원 과정에서 계속 연구를 하고 있었다. 치과대학을 졸업한 뒤에 군복무를 마치고 개원하거나 우리나라에서 대학원과정에 진학하는 것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진로의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욱 다양한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