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환자 유치, 의료기관 해외 진출 등 의료서비스를 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정부 주장의 주된 논거로 사용돼왔던 ‘해외원정 진료비 1조원’은 근거가 없는 허구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통령자문기구인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는 최근 한국은행 의료서비스 분야 무역수지와 국내 19개 카드사의 해외의료기관 결제액 등을 조사한 결과 “2005년 기준 해외 지출 의료비간 연간 최고 5백18억원으로 추계됐다”고 밝혔다.
이중 환전·송금을 통한 지출은 2백44억원이었으며, 카드사용에 따른 의료비 지출은 2백74억원이었다.
따라서 재정경제부의 2004년 경제자유구역법 관련 자료 및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 취임 두 돌 대국민 연설문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여러 차례 공식 인용해 왔던 ‘해외 원정 진료비가 한 해 1조원에 이른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는 “해외 원정 진료의 대부분은 미국 시민권 취득을 위한 원정 출산이나 국내 공여자를 찾지 못한 장기 이식 등이 대부분으로 추정된다”면서 “국내 의료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해 고급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해외로 유출되는 진료비 규모가 1조원에 달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정부 내에서도 향후 동 통계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그동안 정부의 이 같은 주장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해 왔던 보건의료 시민단체들은 “재경부 등은 외국병원 유치와 의료산업화의 핵심논리로 전혀 검증되지 않은 1조원 주장을 내세워 국민을 혼란스럽게 했다”면서 “의료산업화는 원점에서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강은정 기자 human@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