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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DSA 총회 참가한 일본 치의·치대생 현충탑 찾아 ‘아픈 역사’ 참회

관리자 기자  2006.08.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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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양국의 과거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의미 있는 작은 발걸음이 최근 치과계에서 내딛어져 화제다.
지난 14일 한일 양국의 정부와 언론의 시선이 일본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여부에 집중돼 있는 가운데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국립서울현충원에는 뜻밖의 방문객들이 예고 없이 찾아왔다.


이들은 바로 일본 치과의사인 다나카 박사(니시사이타마중앙병원)와 일본 각지에서 찾아온 남녀 치과대학생 10명.
지난 10일부터 15일까지 5박 6일에 걸쳐 개최된 제33차 아시아태평양치과대학연합(이하 APDSA) 총회 참석차 서울을 찾은 이 ‘손님들’은 이날 최고 섭씨 36도를 넘나드는 혹서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성실한 태도로 참배와 헌화, 남다른 땀을 흘렸다.


다른 10여 개국 소속 참석자들이 용산이나 남산타워 등 서울 시내를 관광하는 비교적 편안한 일정을 소화하는 가운데 별도의 통역도 동반하지 않은 이들이 현충원 참배를 택한 이유는 한일 양국의 역사를 바로 알고 이 곳에 안치된 영령들의 넋을 기리자는 자발적인 의지 때문이다.
헌화할 꽃을 구입하면서 차분하게 삼삼오오 대화를 나누던 이들은 ‘야스쿠니 신사에 대해서는 알고 있느냐’, ‘한일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등의 질문을 기자에게 잇달아 던지며 대학생다운 활달함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잠시 후 본관에 들어서자 이내 엄숙한 태도로 현충탑에 묵념을 하고 위패봉안관 내부와 조각상 등을 둘러보는 등 시종 경건하고 진솔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묵념을 하는 동안 일본 여학생들을 중심으로 하나둘 흐느낌이 퍼져나가는가 싶더니 어느 듯 너도나도 손수건을 꺼낸 이들은 연신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는 22살의 대학생인 마사코 요시자키 씨는 “사실 이 같은 아픈 역사에 대해서는 학교에서는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다. 부모님이나 어른들이 말해주는 내용을 듣고 당시 일본이 매우 나쁜 행동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것은 너무 가슴 아픈 역사이며 과거”라며 울먹였다.
이들을 인솔한 다나카 박사는 “내일(15일)이 한국의 광복절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서로 대화를 해야 하는데 이 같은 역사 문제로 인해 양국간 커뮤니케이션이 쉽지 않다. 이것은 치과계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며 “(우리는) 역사를 바로 알아야할 필요가 있다. 이번 대회에 참석한 학생들에게 이 같은 사실에 대해 알리고 함께 이 곳 현충원을 참배하자고 권유했다”고 참배 배경을 밝혔다.


1시간 30분여에 걸친 참배를 마치고 방명록에 하나둘 서명을 한 이들은 귀국 등 바쁜 일정을 위해 총총히 다시 지하철로 사라졌지만 이들이 남긴 참회와 화해의 손길은 기나긴 8월의 무더위도 잠재울만 했다.
윤선영 기자 young@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