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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칼럼 - 차 한잔의 사색>
별 너머의 먼지

관리자 기자  2001.10.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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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은 지나간 죽음과 오는 죽음 그 사이에 그나마 작게 빛나고 있다 - 이지관 미국에 대한 테러로 무너져 내린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는 그 건물의 규모와 매몰된 수천 명의 사람들에 비하여 잔해가 예상보다 적다는 데에 사람들이 놀라워하고 있다. 그 강철과 콘크리트가 어디로 가버렸지? 설득력 있는 분석은 무너져 내릴 때의 엄청난 충격으로 사람들을 포함해서 유리, 강철, 콘크리트 등이 합쳐져 크고 작은 가루로 변해버렸다는 것이다. 이는 인공위성에서 찍은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뉴욕의 상공과 인근 바다를 뒤덮은 구름 같은 연기의 띠와 길을 뒤덮은 회색의 파편들을 보며 짐작을 할 수 있다. 그 건물과 비행기 안에 있던 사람들의 상당수도 순간적으로 가루가 되었을 생각을 해보면 가족들을 포함한 모든 인간들이 믿기지 않는 현실을 경험한 것이다. 가루가 된 그들의 건강했던 육체는 어디로 가버렸을까? 생각해 보면 순간적으로 사라진 그들이 간 곳이나 앞으로 수십 년 정도 더 살다 죽는 우리의 육체가 가는 곳이나 시간적인 순서 외에는 차이가 없다는 데에 더 숙연해지는 마음이다. 지금 ‘살아있다’는 사실에 대한 허무함과 소중함이 교차하며 지나간다. 최근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A.I.(Artificial Intelligence)’에서는 어린이의 모습을 한 로봇이 ‘엄마’로 입력된 여자를 찾아 나서다 바다 속에서 기능이 정지된 채로 얼어붙는다. 그로부터 2000년이 지난 지구에는 첨단의 로봇들이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데 이 초기 모델인 로봇을 발견하고 살려낸다. 이 로봇의 소원은 엄마를 만나는 것. 첨단의 로봇들은 그 여자의 남은 흔적인 머리카락을 이용하여 단 하루의 시간 동안 여자를 살려내는데 성공한다. ‘생명’이 복원된 엄마는 2000년만에 깨어나 혼란스러워 하지만 이 아이와 숨바꼭질을 하기도 하며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다시 잠이 든다. 다시 우주의 질서에 편입되어 사라지는 것이다. 단 하루 동안 복원된 생명을 보며 우리의 일상의 하루에 놓여 있는 생명의 느낌과 비교해 본다.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로 시작하는 다윗의 아들 솔로몬의 말씀은 생명에 대한 허무보다는 하나님을 의뢰하는 인생의 의미 있고 풍요로운 삶에 대한 강조를 담고 있어서 생명 위주의 생활에 대한 메시지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컴퓨터 바이러스 하면 떠오르는 인물인 안철수는 그의 신간 에서 인간의 삶을 정의하며 ‘다만 언젠가는 같이 없어질 동시대 사람들과 좀더 의미 있고 건강한 가치를 지켜가면서 살아가다가 별 너머의 먼지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하였다. 돈을 많이 벌고 성공을 지향하는 사람이라기에는 ‘이 순간의 소중함"을 아는 그의 철학이 가슴에 와 닿는다. 예전에 김수환 추기경을 포함한 정신적 지도자의 ‘생명위주의 삶’에 대한 메시지가 아니더라도 언젠가 먼지로 변할 수밖에 없는 우리는 그렇게 사는 것을 열렬히 바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바깥에서는 전쟁의 긴장감으로 살기가 드높다. 어쩌면 테러로 인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예정보다 빨리 우주의 먼지로 변해버릴지도 모른다. 살아있는 생명체들 사이에서 항상 존재하면서 가장 반생명적인 ‘전쟁’이라는 괴물의 등장을 다시 보게 될 이 시대를 살면서 우리는 저 ‘별 너머의 먼지’로 변하기 전까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 것인가 스스로 가다듬어볼 때이다. (orthodaniel@hanmail.net) 문화복지위원회 문·화·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