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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칼럼 - 차 한 잔의 사색>
미국 치과의사 면허증이 부러우십니까?

관리자 기자  2002.02.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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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이와 같은 <시스템> 자체에서 팽이를 돌리는 <시스템 관리자>로의 변화에 미국 면허증이 도움이 되는 것일까? 요즈음 주위의 개업의나 대학을 갓 졸업한 치과의사 중에서 미국 치과의사 면허증을 취득하기 위해 문제집을 사고 서로 정보도 교환하는 것을 자주 보게된다. 필기 시험은 미국 본토에서 치르게 되므로 시험 치르기에 환경이 좋은(?) 하와이로 비행기 예약을 하고, 기왕 가는 김에 가족도 데리고 가서 며칠 쉬고 오기에도 금상첨화이겠다. 개업을 몇 년 하다보면 지겨워지고 매너리즘에 빠지려할 때 훌륭한 대안으로 떠오른 미국 치과의사 면허시험을 다들 한번쯤 생각을 해보시는지? 돌이켜보면 20 - 30년 전에 의과대학 졸업생들이 미국 의사 면허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유행이던 때가 있었다. 국내에서 수련을 받을 예정인 사람들이 왜 미국 의사 면허시험에 집착하느냐고 물으면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도전’이라거나 ‘의학 분야에서 장차 세계화로 가는 방법’ 등을 얘기하였고, 도서관에 가면 심심지 않게 영어 문제집과 소위 족보 등을 접할 수 있었다. 요즘은 어떤지 의과대학을 다니는 후배들에게 물으면 개성이 강한 세대답게 ‘필요하면 준비를 한다’고 얘기한단다. 예전처럼 분위기에 휩쓸리듯 시험 문제집을 외며 막연하게 미국 의사면허를 준비하는 분위기는 사라진지 오래인 것이다. 이들은 정말 미국에서 수련의 과정을 밟으려 하거나 미국에서 살면서 의사 생활을 하려는 경우에 진지하게 준비를 한다. 그야말로 폼잡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선배들의 시행착오를 통해 알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 이러한 미국 면허증 취득 열풍은 의료 개방이 거론되는 시점에서 긍정적인 면을 내포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미국 의료 자본이 들어와 국내 의료 시장을 잠식하려 할 때에 이 면허증이 있다는 사실은 경쟁력의 한가지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1차, 2차 필기 시험만 통과해도 번듯한 증서를 주므로 대기실에 걸어 놓는 것 또한 안성맞춤이겠다. 그러나 실제 미국에서 수련의 과정을 밟기 위해 대학의 학부를 다니며 면허 시험을 준비한 의사들의 얘기를 들으면 3차의 실습 시험 또는 주 면허시험을 통과하는 것은 부단한 노력이 아니면 어렵고, 특히 필기 시험은 합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점수가 수련의 과정을 지원할 때에 주요 변수로 작용하므로 대단히 잘 치러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미국에서 치과의사 생활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에게는 실망스러운 일이지만, 얼마전 로스앤젤레스의 한 한인 치과에서 월급의사를 고용하려는 광고를 냈더니 한국인 치과의사가 40명이나 와서 놀랬다고 한다. 미국 영주권이나 시민권이 없이 면허증만을 가지고 있는 의사는 대개 영주권 취득을 위한 스폰서를 구하게 되는데, 이 과정 또한 복잡하고 서러운 점도 많이 당한다고 미국 현지 치과의사들은 전하고 있다. 이 외에도 현재 국내에서 자신의 의원을 경영하는 개원의의 입장에서 보면 이 면허증의 취득에 관하여 좀 더 다른 각도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개업을 하여 보면 처음에는 내가 잘나고 환자를 잘 치료하여 돈을 버는 것으로 생각이 들다가 경영에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부터 돈은 병원의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하느냐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환자의 접수부터 병원 문을 나가는 순간까지 어떠한 시스템을 구성하느냐에 따라 수입도 다르고 미래도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직업적인면 이전에 살아가는 방식도 스스로의 시스템을 어떻게 정하느냐의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면 미국 치과의사 면허증을 준비하는 것은 인생의 시스템을 어떻게 설정하는 것일까? 간단한 예로 어린아이가 팽이를 돌리는 것을 가정해 보자. 돌아가는 팽이는 하나의 <시스템>이고 그 팽이를 돌리는 손은 <시스템 관리자>라고 볼 수 있겠다. 면허를 얻는다는 사실은 내가 환자를 볼 수 있다는 증명서이고 이 증명서를 가지고 열심히 환자를 보는 것은 돌아가는 팽이와 같을 수 있다. 성공한 개업의의 입장에서 볼 때 미국 면허증이 필요하면 그 면허증이 있는 사람을 자신의 병원에 고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면허증 가진 자를 섬세하게 다듬어진 팽이 삼아 잘 돌리는 법을 연구할 것이다. ‘경영’이 화두가 된 요즈음에서야 치과의사도 성실한 진료 외에 시스템에 대한 중요성을 생각하게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치과의사 개개인의 삶과 생각은 스스로를 팽이로 만들어 열심히 환자를 보는 것으로 인생의 승부를 거는 경향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이 팽이와 같은 <시스템> 자체에서 팽이를 돌리는 <시스템 관리자>로의 변화에 미국 면허증이 도움이 되는 것일까? 혹자는 치과의사 전체의 격상을 위한 ‘전문의 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