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수년간의 노력과 천문학적 비용으로 많은 사람들이 헌신적으로 완성한 작품을 단돈 몇천 원에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바삐 일하다 짬을 내서 보는 영화 한 편이 얼마나 짭짤하게 재미있고 감칠 맛 나는지 모두 동의할 것이다.
퇴근 후 집에서 보는 비디오 한 편의 여유도 좋지만 영화란 뭐니뭐니 해도 시설 좋은 영화관에서 최상의 영상과 음향으로 보는 것이 진짜 맛이라 오늘도 필자는 보고 싶은 영화를 미리 고르는 재미에 빠진다.
진료가 없는 날 강남의 『메가박스』영화관을 아침 일찍 들르면 조조 할인이 되어 몇천 원이 안되는 비용으로 개봉 되기를 기다렸던 영화 한 편을 관람할 수 있다.
영화 티켓을 구입하기 위해 몇천원을 지갑에서 꺼내다가 문득 이 한 편의 영화를 위해 제작진들이 얼마나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였을까 궁금해진다.
제작비를 예로 들면 2000년에 개봉되어 흥행에 성공한 <공동경비구역 JSA>는 45억원 이상이 들었다고 한다.
2001년 개봉된 <무사>는 78억원, <흑수선> 40억원, <화산고> 40억원 이상이 들었다고 하며 올해 개봉된 <2009 로스트 메모리즈>는 50억원 이상이 들었다고 한다.
이동전화 CF ‘TTL 소녀’가 주연으로 곧 개봉될 예정인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1백억원 이상의 제작비가 들었다고 알려져 국내 영화도 바야흐로 제작비 1백억원 시대가 열리게 되는 모양이다.
오는 3월 24일 미국에서 거행될 제74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우피 골드버그의 진행으로 새로 신축된 코닥 씨어터에서 열리게 되는데, 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작품 중 ‘반지의 제왕 : 반지원정대’는 2년 6개월 동안 2억 7천만불의 제작비가 들었으며, 아이들을 서점 앞에서 밤새워 줄을 서게 만들었던 화제작을 영화화 한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1억 6천만불이 들었다고 하니 공휴일에 아이들과 극장에 들러 팝콘을 먹고 떠들며 관람하기에는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상상할 수 없는 비용이 들어간 작품들임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수년간의 노력과 천문학적 비용으로 많은 사람들이 헌신적으로 완성한 작품을 단돈 몇천 원에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현대 문화의 혜택은 생각해 보면 이런 영화 산업의 경우를 보아도 값을 매기지 못할 정도로 전폭적인 공급이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영화들의 수입이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경우 현재 약 9억 2천만불을 넘는 등 흥행에 성공한 영화의 경우 상상 밖의 수입을 제작자와 영화사에 가져다주지만 이들의 수입은 사실상 우리 소관을 넘는 부분이다.
오늘 병원에 들러 상담을 한 환자가 초진비로 몇천원을 내고 돌아갔다. 영화 한편 보기 위한 비용 보다 조금 싼 비용이고, 영화 관람 전에 들른 『스타벅스(Starbucks)』커피숍에서 마신 커피 한 잔과는 거의 비슷한 비용이다.
우리가 오늘 받은 몇천원의 초진비가 짧게는 6년, 길게는 10년이 넘는 학업 기간과 시험의 통과를 위한 불면의 밤들, 무시할 수 없는 수업료, 그리고 전문가의 길을 가기 위해 젊은 시절 많은 것을 포기하며 탄생한 의사에게 내는 것으로 충분한 비용은 아닐 것이다(그 과정을 제작비로 환산하면 얼마나 들었을까?).
그러나 초진료로 단돈 몇천원을 내고 진료를 받는 환자들은 과연 그 혜택에 감사하고는 있는 것인가? 생각을 바꾸어 보면 감사할 일이 참으로 많은 세상에 감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넘쳐 나는 것은 알게 모르게 쏟아지는 혜택을 그야말로 ‘잘 몰라서’ 그러는 것인지도 모른다.
(orthodani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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