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 뭔지

  • 등록 2026.01.14 15: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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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허리가 아프다. 수석취미를 한지 꽤 되었다. 작은 돌부터 큰 돌에 이르기까지 집안 구석구석이 돌이다. 과유불급이라 했는데 알면서도 그 선을 지키지 못해 후회막급이다. 이젠 젊은 나이도 아니고 무거운 돌 들다가 허리 다치니 수석하지 말라며 아내부터 주위 사람들까지 말리곤 했다. 하지만 이상한 매력에 빠져 시간만 나면 바람도 쐬고 시름도 잊을 겸 가까운 하천으로 탐석하러 다녔다. 준설공사현장이라 하천바닥에 있던 돌들이 많이 노출되어 마음에 드는 돌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수석을 처음 시작할 땐 작은 돌이 예뻐서 가볍게 들 수 있는 표준석(15~45cm) 이하로만 취급했다. 탐석현장에 오니 자꾸 큰 돌에 눈길이 가서 대형석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갖고 오면 집에 놓을 곳이 있어서이기도 했다.

 

쌓여만 가는 돌로 인해 아내의 잔소리는 날로 갈수록 심해지고 온 거실 온 마당이 돌로 가득 차게 되었다. 예전 글에서 돌 돌 하다가 돌탑 쌓고 돌무덤 되겠다는 우스갯소리가 점차 현실화되는 것 같았다. 필자가 소설의 주인공 같아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말로는 돌에 꽂혀 돌 외엔 보이는 게 없다며 깊이 빠지지 말라고 경고하면서 정작 본인은 그 경계를 자제 못 하고 사고를 치는 한심한 인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큰 돌을 실어 나르다가 어느 날 허리가 아파 오기 시작했다. 며칠 쉬면 나아지겠지 하며 파스 부치고 지냈는데 날로 갈수록 통증이 심해져 정형외과에 가서 진찰 받으니 4번 5번 요추 사이의 연골이 탈출했다는 것이다. (치과의사들 중에 여러 가지 이유로 척추디스크로 고생하는 분이 의외로 많다고 들었다.) 연골이 터졌다는 표현을 하던데 의사분이 당분간 정말 조심하고 무리하지 말라는 경고를 했다. 한 달간 신경차단술을 병행해서 허리치료를 받았다.

 

많이 호전되어 그만 나와도 된다는 말에 그간 못 다녔던 탐석에 대한 미련 때문에 다시 준설공사현장을 찾아가서 너무 무겁고 큰 돌은 자제하면서 취미생활을 이어 나갔다. 차라리 마음에 드는 돌이 없었더라면 그냥 왔을 텐데 눈에 딱 띄는 돌이 자꾸만 유혹의 손짓을 하는 게 아닌가. 엄청 큰 돌은 아니었고 조금 부담이 되는 돌이었지만 조심조심 차에 실었다. 그 날 이후 다 나은 허리가 처음보다 더 아프기 시작했다. 정말 못 일어날 정도로 아팠다. 아내에게 돌 주우러 갔다는 소리도 못하고 조그만 물건 들다가 그렇게 되었다고 변명했다. 그 이후로 통증의학과와 정형외과를 오가며 두 달 이상 치료 받으며 “내가 왜 그랬을까 정말 바보다. 정말 어리석다.” 하며 엄청 후회했다. 결국 호전 되지 않아 입원해서 수술을 받아야 했던 어처구니없는 현실에 눈물을 머금고 있다. 그로인해 환자관리에 다소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고 불편해도 입도 뻥긋 못하고 삭이고 있다. 허리 망가진다고 숱한 경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운동으로 단련된 몸이라고 과신하며 귀 기울이지 않은 나 자신을 질책했다. 60대가 아직 쓸 만한 나이라 하지만 신체가 40~50대 체력이 아니란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치과의사들이 특히 직업병으로 애를 많이 먹는다고들 한다. 눈이 나빠지고 척추 측만증으로 인한 허리통증, 목 디스크 등, 과로로 인한 여러 고질병으로 고생하는 치과의사들을 주위에서 많이 본다. 필자의 경우엔 돌 줍다가 허리를 다치다보니 아내한테 직업병 때문에 아프다는 내색 한 번 못하고 좀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많은 경고의 글을 쓰면서도 본인은 정작 헤어나지 못하는 바보. 어떤 일이든 때가 되면 멈추어야 되는데 그리고 경고의 사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걸 감지하지 못하는 어리석음. 매사 지나치면 금물이다. 특히 건강에 관해서만큼은 건강할 때 건강관리 잘 해야 한다. 남녀노소 누구라도 과신하지 말고 정기적인 종합검진 받기를 권한다. 안 아프고 즐거운 하루생활,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다시금 깨닫는다. 빨리 회복되어 싱그런 둔치 길을 마음껏 달리고 싶다.

 

돌이 뭔지

 

강가 누비며 주운 돌
온 방 온 거실 가득
온 마당 채우고
돌탑을 쌓는다

 

이제 그만 두려나
저제 그만 두려나
쌓인 돌탑
돌무덤 되었다

 

돌 줍다 허리 삐끗
한 번 겪고 설마
두 번 겪어 괜찮겠지
세 번째 때늦은 후회

 

여러 번의 경고음
감지 못하는 어리석음
망가지는 육신
매사 과유불급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광렬 이광렬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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