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개원을 하던 날, 제가 최우선 목표로 했던 것은 대단한 임상도, 물질적인 성공도 아니었습니다. 한 자리에서 20, 30년 동안 꾸준히 치과를 할 수 있다면 다른 목표들은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첫 개원을 하던 날, 저의 목표는 한 자리에서 20, 30년 치과하기였습니다.
개원한 지는 20년이 조금 안 되었습니다. 그러면 한 자리에서 10년이라도 해 보았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첫 개원지가 재건축되는 바람에 10년을 못 채우고 이전하였습니다. 지금의 개원지에서도 아직 10년을 채우지 못 했습니다. 한 자리에서 20, 30년은커녕 10년도 못 채워보고 제가 목표로 했던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사실, 한 자리건 아니건 20, 30년 동안 개원 생활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든 꾸준히 20, 30년 동안 해낸다는 것은 끈기와 인내심 등 삶에서 매우 중요시되는 태도를 요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치과를 20, 30년 하는 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20, 30년 동안 개원 생활을 유지하려면 우선 건강해야 할 것입니다. 건강해야 자신감 있게 진료할 수 있습니다. 건강을 잃는 순간, 늘 잘 하던 진료도 잘 안 풀리고 환자와의 의사소통에도 어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저도 건강을 잃고 힘든 시간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당시, 직원이 환자로부터 여기 폐업하냐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환자도 원장의 기운을 느낍니다. 평소에 운동도 하고 건강식을 즐기고 술, 담배를 멀리해야 하겠습니다. 건강만 잘 유지할 수 있어도 한 자리에서 20, 30년은 성취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20, 30년 동안 개원 생활을 유지하려면 자신의 체급을 잘 알아야 할 것입니다. 너무 작은 치과도 생존에 불리하지만 너무 큰 치과도 오래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30대 중반, 한참 팔팔할 나이에 지금의 자리에 확장이전 하였습니다. 더 많은 직원과 봉직의를 꿈꾸며 10년 가까이 신나게 치과를 했는데 기운이 슬슬 빠지더니 직원을 줄이기에 이르렀습니다. 치과 사이즈가 크니 직원을 줄여도 부담은 여전했습니다. 결국 처음부터 저의 체급을 알지 못한 탓에 부침을 겪었습니다. 처음부터 자신의 체급을 알기는 어렵지만 자신의 진료 스타일이나 진료 속도, 체력 등을 미루어보면 자신의 체급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야간 진료 없이 치과를 시작하신 어느 선배님의 혜안이 부럽습니다.
20, 30년 동안 개원 생활을 유지하려면 무엇보다 인간관계에 능숙해야 할 것입니다. 직원도, 환자도 다 인간입니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함과 동시에 친밀할 수 있는 인간관계 능력, 열심히 일하면서도 불필요한 마찰을 겪지 않는 원만한 성품, 나를 둘러싼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는 인간미는 치과 원장으로서 가져야 할 좋은 덕목이라 생각합니다.
불운을 탓하고 싶지만, 제가 아직 ‘한 자리에서 10년’ 조차 이루지 못 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제가 건강하지 못 하고, 아직도 저의 체급을 모르며, 인간관계에 능숙하지 못 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직원이 떠나갈 때, 포털 사이트 리뷰에 악플이 달릴 때 속상해 하기보다는 자신을 되돌아보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되뇝니다. 건강을 잃지 말자, 내 체급을 알자, 나를 둘러싼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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