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간의 긴 비행 끝에 도착한 미국 입국 과정은 예상치 못한 경험으로 시작되었다. 입국 심사 과정에서 별도의 심층 인터뷰 공간인 secondary inspection으로 안내되어, 혼자 입국한 이유, 방문 목적, 직업 등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학회 초청장, 숙소 예약 내역, 치과의사 면허증 등 관련 서류를 미리 준비해둔 덕분에 큰 문제없이 입국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다소 당황스럽고 긴장되는 순간이었지만, 최근 국제 정세로 인해 입국 절차가 엄격해졌다는 점을 실감할 수 있었고, 사전에 철저히 준비한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되었다. 공항을 나서자마자 마주한 따뜻한 캘리포니아의 날씨와 처음 느껴보는 미국의 분위기는 긴장감을 금세 설렘으로 바꾸어 주었다.
이번 2026 IADR/AADOCR/CADR General Session & Exhibition은 2026년 3월 25일부터 28일까지 샌디에고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되었다. 첫날 학회장에 도착했을 때, 생각보다 훨씬 넓은 규모에 놀랐다. 학회장을 둘러보는 데만 1시간 이상이 걸릴 정도로 다양한 세션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고, 그만큼 볼거리도 많았다. 임상뿐 아니라 기초 연구 분야까지 폭넓은 강의가 열려, 평소 병원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research 분야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었고, 최신 치의학 트렌드를 직접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세계 각국의 치과대학생들이 직접 연구를 수행하고 포스터 발표를 진행하는 세션이었다.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깊이 있는 연구를 수행하고, 이를 자신 있게 설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동시에 많은 자극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주로 강의와 임상 실습 중심으로 교육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러한 경험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데, 그들의 태도를 보며 부럽기도 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저녁에는 ‘Korean Night’가 열려 국내 교수님들뿐 아니라 해외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교수님, 치과의사, 연구자들과 교류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낯선 분위기 속에서 다소 어색했지만, 용기를 내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졌고, 앞으로도 이어질 소중한 인연을 만들 수 있었다.
둘째 날에는 ‘When Neuropathy Meets Xerostomia: Identifying Sjogren-Related Small-Fiber Neuropathy Through Dental Evaluation’이라는 주제로 포스터 발표를 진행하였다. 임상에서 경험한 쇼그렌 증후군 환자 중 신경병증이 동반된 사례를 바탕으로, 치과적 평가를 통해 전신 질환을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치과 영역을 넘어서는 주제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거나 어렵게 느끼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고, 1시간 이상 영어로 설명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실제 발표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IADR에서의 발표는 평가를 위한 자리가 아니라, 연구를 공유하고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참가자들은 서로의 연구를 존중하며 다양한 질문과 의견을 나누었고, 그 과정에서 내 연구를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발표 준비 과정에서 앞으로 연구를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막막하게 느껴졌던 부분도 있었는데, 여러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조금씩 방향이 잡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발표 시간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지나갔고, 오히려 더 오래 발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즐거운 경험이었다.
특히, 이 자리를 빌려 처음 포스터 발표를 준비하며 낯설고 어려움을 느끼던 나에게 큰 힘이 되어주신 지도교수님인 전 교수님과 하버드의 장 교수님, 그리고 다윤 양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다.
발표를 마친 뒤에는 교수님의 권유로 학회 외적인 경험도 할 수 있었다. 장 교수님과 다윤 양과 함께 미국의 심미 치과인 Muse Aesthetics & Dentistry를 방문할 기회를 얻게 되었는데, 평소 접해보지 못했던 진료 시스템을 직접 볼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
한국에서는 체어 타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많은 환자를 보는 시스템이 일반적인데, 이곳에서는 환자 한 명에게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는 1:1 맞춤 진료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병원의 운영 방식과 진료 철학을 들으며 기존과는 다른 접근 방식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후 혼자 Torrey Pines State Beach, La Jolla Cove, Old Town San Diego 등을 방문하며 샌디에고를 경험하였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혼자 이동하는 것이 처음에는 조금 걱정되었지만, 오히려 그 과정 자체가 새로운 경험으로 기억에 남았다.

특히 Coronado Beach에서 본 석양은 매우 인상적이었고, 바쁜 수련 생활 속에서 잠시 벗어나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저녁에는 전상호 교수님과 함께 하루를 정리하며 학회에서의 경험과 느낀 점을 나누며 의미 있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번 IADR 학회는 단순히 학문적인 지식을 얻는 것을 넘어, 치과의사로서의 시야를 넓힐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다양한 국가의 연구자들과 교류하며 치의학이 나아가는 방향을 직접 느낄 수 있었고, 연구와 임상이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이번 경험을 통해, 연구는 평가를 받기 위한 결과물이 아니라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발전시키는 과정이라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치과의사의 역할이 구강 내 치료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신 질환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데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되었다.
이번 학회를 통해 앞으로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연구와 임상에 임해야겠다는 동기를 얻었으며, 스스로도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