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하여 의학교육 여건 개선에 막대한 예산 투입이 예고된 반면, 치의학 교육은 정책적 배려와 사회적 관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습니다. 본 기획은 졸업 후 즉시 진료 가능한 치과의사 양성을 목표로 하는 ‘치의학 기본 교육’의 핵심인 학생 임상 실습이 처한 구조적 한계를 진단하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치과계 전체의 공론화를 촉구하고자 합니다.
학생 진료의 수익·재정 구조는 나라 별로 다르다. 전 세계 유수의 치과대학들을 방문해서 교수진들과 협력 이야기와 함께 서로 간의 어려움을 털어 놓다 보면, 학생 환자 수급에 관한 걱정은 모두 있다 하더라도 그 온도차가 상당히 크다. 미국처럼 치과의료비가 비싸고, 건강보험적용범위가 좁은 곳에서는 학생클리닉의 현저히 저렴한 치료비는 매우 큰 유인이 된다. 영국이나 북유럽 같은 공공의료체계에서는 환자에게 적용되는 수가는 동일하지만, 환자의 선택권은 제한되는 배정(triage)시스템이고, 교육병원에는 교육보조금이 지원된다. 일본의 대학들 역시 초진센터에서 교육목적에 따라 환자를 배정한다. 남유럽의 대학들은 애당초 저소득 환자 진료를 타깃팅하고 있다 보니, 학생 환자 수는 아주 풍부하며, 당연히 일차 의료인력 교육에 대한 국가 보조금이 지원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치과대학병원에서는 일부 비보험진료를 제외하고 학생, 전공의, 대학교수의 보험 수가는 완전히 동일하다. 행위별 동일수가 + 환자본인부담률 고정 구조인 대한민국에서는 학생진료 할인에 대한 여지가 없다. 실상은 보험진료의 수가 자체가 워낙 낮아서 이걸 면제하거나 할인해 준다고, 대학치과병원에 온 환자가 본인의 몸을 학생에게 내어줄 리 만무하다. 그만큼 대한민국의 대학치과병원의 위상은 상급기관으로서 일선 개원가에서 해결 못할 만한 어려운 진료를 행하는 곳이라는 개념이 자리잡아있다. 그러므로 그것은 의료 소비자인 환자들의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다. 안타까운 점은 일차 진료 능력을 갖추는 것이 치과대학교육의 최대 목표인데, 치의학도들에게 필요한 보험 적용 환자를 충분히 제공하기 어렵다.
지난 글에서 언급한 근관치료는 물론, 발치나 수복 등의 일차 진료 케이스들이 심각히 모자라다. 물론 치석제거술이나 치면활택술은 예외로 볼 수 있겠지만, 그마저도 늘 넉넉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어느 정도 학생환자 할인이 적용되는 크라운과 같은 보철 케이스 역시 부족한데, 이런 환자들은 앞서 언급한 일차적 진료가 마무리 되면서 발생하는 포괄적 치료의 종착역에서 발생하는데, 앞선 일차적 진료부터 모자란 상황이라 쉽지 않다. 치과대학의 졸업반에서 다른 친구들을 위해서 2개는 절대 하지 말고 나눠주자는 비공식적 관행이 존재하는 것은 오래 전부터다. 그래서인지 현재 한국의 치과대학병원이 주로 제공하는 교육 경험은 관찰과 진료 보조에 치중되어 있어, 소위 학생들이 배우고 싶어 하는 것 혹은 꼭 배우고 졸업해야 되는 부분이 약하다. 때문에 사교육의 굴레는 대학을 졸업해서도 지속된다.
자, 그럼 이걸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해답 자체는 간단한데, 어떻게든 학생들이 충분한 경험을 쌓고 졸업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방법론으로 들어가면 우리 의료 환경 하에서는 매우 어렵다는 것은 이미 서술한 바대로다.
두 가지 방법이 떠오르는데, 하나는 국가적 차원에서 미래의 일선치과의료인 양성을 위해 환자 확보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것은 남유럽과 유사한 모델로 저소득층이나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학생 진료를 전면 무료로 실시하는 것인데, 외국에서도 흔하지만, 외부실습기관인 아웃리치 센터를 통해서 학생 환자를 확보하는 것은 국내에서도 일부 이미 진행되고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 학생환자를 아웃리치센터에서 보는 것에 대해 바람직하게 보지 않는 이유는 교육표준화와 같은 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 아웃리치센터 환자들의 전신건강에 대한 우려가 크다. 그들이야말로 대학병원의 시설에서 혹은 대학병원 근처에서 진료 받아야 되는 사람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투입될 재원에 대한 현실적 생각은 당연히 해야겠지만, 학생 환자 진료는 교육이기에 여기에서 이익이 발생되는 구조는 사실 처음부터도 매우 이상한 것이다.
아마도 전혀 신선하지 않지만, 누구도 꺼내지 않았던 이런 제언에 대해 우려와 비판이 있을 테지만, 가장 두려운 것 중 하나는 저소득층이나 소외계층에 대한 차별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하지만 소득에 관계없이 지금도 우리는 모집의 어려움 속에서도 학생진료를 교육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철저한 수퍼바이징 하에서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두 번째 해결책은 무엇일까? 좀 더 극단적인 것으로 일차 치의학 교육과정에서 환자를 직접 보는 것은 중지하고, 조건부라도 면허를 갖춘 다음 환자를 보도록 제도 변경을 하는 것이다. 즉, 더 이상 환경이 전혀 다른 미국식 교육에 대한 포기를 선언하는 것으로 이 경우는 교육 연한 등에 대한 전면 재조정이 따라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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