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구인난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자본력을 앞세운 일부 대형 저수가 치과가 고연봉과 복지를 내세워 치과위생사 등 보조인력을 흡수하면서 동네 치과의 인력난과 운영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재 주요 취업 포털에 게시된 치과 구인 공고를 살펴보면, 급여를 포함한 다양한 복지 조건을 내세운 채용 경쟁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이 가운데 대형 저수가 치과는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복지비 연 OOO만 원 지원’, ‘동종 업계 최고 급여’, ‘호텔급 사내 케이터링 아침, 점심, 저녁 모두 제공’ 등 자본력을 활용한 복지를 내세워 보는 이로 하여금 혹하게 만든다.
여기서 문제인 것은 대형 저수가 치과가 고연봉·복지를 제시하며 직원을 다수 모집하고 나서는, 각종 불공정한 계약으로 직원을 비정상적으로 혹사 시킨다는 것이다. 이는 직원의 직업적 이탈을 초래해 결과적으로 구인난에 따른 치과계 의료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지론이다.
실제로 한 대형 저수가 치과는 최근 내부적으로 의료진에게 엽기적인 폭행 및 노예 계약과 함께 위약금 협박을 한 바 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 해당 치과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하고, 해당 치과 원장을 폭행 및 근로기준법 위반 등 6개 혐의로 형사 입건했다. 또 직장 내 괴롭힘, 임금명세서 미교부 등 총 7건에 대해 과태료 1800만 원을 부과 조치하기도 했다.
반면 개원의들은 최근 근무하던 치과위생사들이 잇따라 대형 저수가 치과로 이직하고 있는 탓에 치과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저수가 치과 문제로 인해 구인의 어려움을 겪었던 일화를 전하며, 자본력을 앞세운 대형 저수가 치과의 흥행을 구인난의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 “대형 저수가 치과와 구인경쟁 힘들다”
서울에서 개원 중인 A 원장은 “기존 직원들이 자신의 동기 또는 예전에 일했던 동료들이 대형 치과에서 받는 급여, 근무 조건에 혹해 이직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며 “당장에 새로운 직원을 뽑기에는 대형 저수가 치과와 경쟁해서 선발해야 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A 원장은 이어 “직원이 나가면 기존 직원들의 분위기도 안 좋아지고, 또 다음 직원 뽑을 때까지 같은 시간에 더 많은 환자를 진료하기 부담스럽다. 예약을 더 많이 잡게 되면 기존 직원들의 업무량도 늘어나 또 불만이 생기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구인난의 원인 중 하나는 자본력을 앞세운 대형 저수가 치과의 흥행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인난으로 부득이하게 1인 치과를 하고 있다는 B 원장은 “대형 저수가 치과에 다녔던 치과위생사가 나에게 제시했던 급여를 동료 치과 원장에게 이야기했더니 ‘자기가 가서 일하겠다. 페이닥터냐’고 묻더라”며 “대형 덤핑 치과에 있다가 나온 이들은 대형 덤핑 치과가 줬던 급여나 조건을 원한다. 다른 치과에 지원할 때 사정에 따라 급여가 떨어지는 것을 지원자가 원치 않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을 구하기가 더 힘들어졌다”고 꼬집었다.
이 밖에도 개원의들은 대형 저수가 치과가 복지와 급여를 내세운 탓에 지방이나 소형 여타 치과에서도 직원을 구하기 더욱 어려운 실정이라며, 저수가 치과가 없어지지 않는 한 구인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 불법 마케팅 이어 구인 피해까지
이와 관련 치과 경영 전문가 강익제 원장(NY치과)은 해당 저수가 치과와 같이 초기에 직원을 많이 뽑고 또 해고하게 되면, 결국 그 직원들은 직업 자체에 회의를 느껴 치과를 아예 떠나거나 재취업에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결국 대형 저수가 치과는 저수가 경쟁과 불법 마케팅에 따른 폐해뿐 아니라 직원 수급에도 영향을 미치는 존재라는 설명이다.
이로 인해 기존 동네 치과들은 인력 부족으로 야간진료를 축소하거나 주 5일 진료 체제로 전환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으며, 신규 개원의의 경우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개원 일정 자체가 연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강익제 원장은 “이 같은 문제를 고려해 평소 신입직원을 교육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꼭 퇴사 한 달 전 미리 이야기해서 업무 인수인계로 인해 남은 직원들이 불편하거나 환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교육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강 원장은 이어 “직원 수급이 하반기는 10월, 상반기는 2~4월에 몰리다 보니 모집 후 해당 기간에 맞춰 근로계약서를 작성한다. 특히 5월 말~9월 추석 전까지는 가장 심한 채용 절벽 기간이라 신규개원도 이 기간은 피해서 다른 기간에 개원하라고 권한다”며 “자동화 시스템(셀프셕션기, 키오스크)의 일부 도입이나, 쉬고 있는 스탭들의 복귀를 위한 정부 차원의 방침 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